헤럴드경제-건설업계 CEO 설문
CEO 전원 “현 건설경기 침체 수준”
“대출규제, 내 집 마련 수요자에게 장벽”
원자잿값·인건비 인상 등도 경영리스크 꼽혀
![서울 아파트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7/news-p.v1.20250515.3e58b8e4a18443c1b85eb5460199fdcf_P1.jpg)
[헤럴드경제=서영상·박로명 기자]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은 경제학에서 경기 침체나 반등에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경기 신호등’으로 불린다. 사실상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헤럴드경제가 18일 국내 주요 건설사 13곳과 시행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새 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돈맥경화(자금경색) 완화’의 목소리가 높았다. 공급자(건설업계)도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인상·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 경색 등으로 인해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수요자도 대출과 세금 규제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CEO 전원은 현 부동산 시장이 ‘침체’라고 답했다. 75%는 ‘매우 침체’라고 답했고 25%는 ‘다소 침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일제히 부정적 목소리를 낸 이유는 최근 지방 주택 분양시장이 역대 최악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을 살펴보면 서울과 지방 아파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며 양극화가 심화됐다.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새로운 아파트를 공급할 땅은 없는 반면 지방에서는 미분양으로 허덕이는 상황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월(2만3722가구)보다 5.9% 늘어난 2만5117가구다. 1~2년 전과 비교하면 더 심각하다. 2023년과 지난해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각각 1만857가구, 2만1480가구였다. 준공 후 미분양은 대부분 지방에 집중돼 있다. 3월 기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543가구로 전체의 81.8%를 차지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데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고금리 및 대출규제 등으로 인한 수요 위축’을 선택한 응답자가 7명(43.8%)에 이르렀다.
한 건설사 대표는 “현 주택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초양극화에 따른 중산층의 내 집 마련 어려움에 있다”면서 “대출규제는 대출 의존도가 낮은 상위 집단에는 큰 타격이 없으나, 근로소득으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대다수의 무주택자에게는 심각한 장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대출규제는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7명(43.8%)의 응답자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비용상승’을 부동산 침체의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30% 가까이 급등했다. 2020년 기준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 상승한 후 지난해 9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설업계는 통상 원가율이 80% 수준을 안정적이라고 판단한다.
다른 건설사 대표는 새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로 “폭등한 공사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원가 절감이 수반돼야 건설생태계를 과거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계청의 1분기 산업활동동향(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건설업계의 공사 실적(건설 기성액)이 약 27조120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20.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분기(-24.2%)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
특정 시점의 실제 공사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 기성액은 현재 건설 경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다. 건설사 공사 수주가 줄고 새로운 투자가 위축되면서, 일자리 감소→내수 부진→ 경제성장 악화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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