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년 역사 첫 동양인 음악감독

한국의 ‘지휘 거장’ 정명훈(72·사진)이 세계적 권위의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Teatro alla Scala)의 차기 음악 감독으로 선임됐다. 247년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감독이다.

라 스칼라 극장은 12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정명훈이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오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음악감독 직을 맡는다고 밝혔다. 현재 음악감독 리카르도 샤이의 퇴임 이후부터다.

‘오페라 본토’인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은 전 세계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다. 1778년 개관 이후 이탈리아의 음악 유산을 만든 베르디·로시니·벨리니의 걸작이 초연된 곳이다. 그동안 아르투르 토스카니니, 툴리오 세라핀,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무티, 다니엘 바렌보임 등 세계 최고의 마에스트로가 거쳐간 곳이기도 하다.

정명훈과 라 스칼라의 관계는 각별하다. 라 스칼라에 따르면 정명훈은 1989년부터 총 9편의 오페라를 84회 공연했고, 총 140회가 넘는 콘서트를 지휘했다. 비음악감독으로는 단연 압도적인 수치다. 라 스칼라는 정명훈을 “베르디의 대표적인 해석가”라고 칭했다. 정명훈은 이탈리아 음악에 헌신하고 예술적 경지를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이탈리아 공화국 훈장을 받기도 했다.

오는 9월에는 정명훈이 이끄는 라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한국 공연도 앞두고 있다. 무려 9년 만의 내한 일정으로,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가 협연자로 참여한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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