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 “11일 후 단일화 명분·실리 없다”

金측 “당 여론조사, 법적 문제 소지”

‘현역 20명 탈당 후 입당’엔 갑론을박

“탈당 각오 명단 있다”…“꼼수 안 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진·김해솔 기자]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 단일화 문제를 놓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11일)을 이틀 앞둔 9일에도 신경전이 이어진 가운데 현역 의원 20명 탈당을 통한 ‘한덕수 임시 거처론’까지 나왔다. 당 내홍이 깊어지면서 내부 분열 양상도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1일을 넘어가는 늦은 단일화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라며 “당원 열망에 어긋나며 당 선거 역량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에 다시 한번 김문수 후보에게 (단일화를)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부터 한 후보와 단일화를 촉구하는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인 권 원내대표는 “단일화 국면이 길어질수록 두 후보의 지지층 사이 감정의 골만 깊어질 뿐”이라며 “범죄자 이재명 세력에게만 이로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사무총장도 “만약 무소속으로 단일화가 이뤄지면 당의 지원도, ‘기호 2번’이란 단일대오도 없이 우리 후보를 마음껏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라며 김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 후보는 자신의 대선 후보 지위를 확인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낸 상태다. 당 지도부가 전날부터 실시한 ‘단일화 여론조사(당원 50%·국민의힘 지지층 및 무당층 50%)’에서 한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오더라도 후보를 교체할 수 없도록 하려는 취지다. 김 후보는 전날 결렬된 한 후보와 2차 단일화 협상에서도 “경선을 다 거치고, 돈 다 내고, 저는 모든 절차를 다 따랐다”고 했다.

김재원 비서실장은 YTN라디오에서 “김문수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목적에 의한 여론조사로 공정하지도 않고, 적어도 당사자에게 통보도 하지 않은 불법 조사”라며 “향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아주 많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 후보 측은 당 지도부가 단일화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최종 후보를 지명하기 위해 오는 11일 소집한 전당대회 개최를 금지해 달라는 지지자들의 가처분 신청 결과도 기다리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당 지도부와 대선 후보가 전례없는 법정 공방에 들어가면서 당내 균열도 나타나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후보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과, ‘기호 3번’ 정당을 만들어서라도 중도 확장성을 가진 한 후보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면서다. 후자는 국민의힘 현역 20명이 탈당해 원외 정당에 입당, 세 번째 교섭단체를 만든 뒤 한 후보를 대선 후보로 등록해 김 후보가 주장한 14~16일 단일화 협상을 이어가면 된다는 주장이다.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이를 주장한 5선의 윤상현 의원은 통화에서 “감동이 있는 단일화는 이미 끝났다”라며 “밖에서 제3지대를 구축해 한덕수와 김문수, 이낙연의 단일화를 이루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지지하는 또 다른 영남권 의원은 “탈당을 각오한 의원들의 명단도 있다”라며 “(한 후보에게) 임시 거처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에서는 “인위적 후보 교체는 단호하게 반대한다(김기현 의원)”, “절차적 정당성 논란으로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선 결코 안 된다(나경원 의원)” 등 반발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꼼수를 써선 안 된다”라며 “(후보 간 합의하에) 단일화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라고 했다. 경선 탈락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탈당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또 다시 엉뚱한 짓으로 당이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지는구나”라며 지도부를 겨냥했다.

이러한 갈등을 대선 이후 국민의힘 당권을 포함한 정치 행보를 고려한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당 지도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각자 가장 유리한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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