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도, 중국까지 수백kW급 DEW 개발 뛰어드는데
한국 20kW 개발에 그쳐…드론 대응 예산은 1억대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02/news-p.v1.20250501.b169cc4e38184b18920b04970ea7bfdd_P1.png)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전세계 여러 나라들이 잇따라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Directed Energy Weapon)’를 차세대 기술로 꼽고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예산 등의 문제로 한화시스템 외에는 진입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전례 없는 호황 속 글로벌 무대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지만 자칫 차세대 기술 개발에서는 뒤쳐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1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인도 국방연구개발기구(DRDO)는 이달 초 2027년까지 300kW급 DEW ‘Surya(수리아)’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수리아는 반경 20km 내의 위협을 무력화하는 기술을 갖췄다.
이 계획이 현실화한다면 인도는 레이저 무기 분야에서 미국에 맞먹는 기술을 갖추게 된다. 현재 주요 방산 국가들 중에서 300kW급 DEW 체계를 갖춘 곳은 미국뿐이다.
인도 외에도 올해 들어 주요 국가들은 DEW 개발 및 배치 계획을 구체화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미국 ‘록히드마틴’과 개발한 100kW급 레이저 ‘아이언 빔’을 올해까지 배치할 계획이다. 영국은 2032년까지 개발하려던 50kW급 ‘드래곤파이어’ 레이저 무기를 2027년까지 해군에 설치하는 것으로 계획을 앞당겼다.
중국도 공식 발표된 내용은 없지만 최근 중국 에어쇼에서 DEW 시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미국은 2023년 일찍이 록히드마틴에서 300kW급 레이저 무기를 군에 납품하고 있다.
DEW란 쉽게 말해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레이저’ 무기와 같은 개념이다. 총알과 같은 물리적 탄약 대신 고출력의 빛이나 전자기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미사일 기반 방공 체계보다 발사당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DEW는 미국이 1980년대부터 개발에 착수했으나 기술 한계로 현실화되지 못하다, 최근 전장에서 드론 공격이 늘어나며 이를 격추시키는 목적으로 개발 속도가 빠라졌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Precedence Research) 글로벌 DEW 시장 규모가 지난해 112억8000만달러(약 16조8000억원)에서, 연평균 성장률 9.50%로 2034년에는 약 279억5000만달러(약 39조8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수도권에 배치된 레이저대공무기 천광. [육군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02/news-p.v1.20250501.0cbb9827b3b24d4ba92991871570e7e6_P1.jpg)
한국 역시 DEW 주요 개발국에 속한다. 특히 한국은 북한 드론 위협까지 대응해야해 수요가 더욱 크다. 다만 그 속도나 규모 면에서 다른 나라 대비 크게 뒤쳐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내에서 DEW를 개발하는 민간 방산 업체는 한화시스템이 유일하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DEW 무기 개발에 협력해왔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레이저 사업을 한화시스템이 인수하면서 관련 연구도 옮겨갔다. 한국형 DEW인 ‘천광’은 지난해 12월 수도권에 20kW급 블록-Ⅰ이 배치됐다. 이어 출력 30kW급 블록-Ⅱ, 100kW급 블록-Ⅲ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같은 개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른 민간 업체 참여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DEW는 기술 개발이 막 시작된 분야인만큼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 필수적인데 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말 통과된 올해 예산안에서 북한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접적지역 대 드론 통합체계’ 예산은 당초 편성된 100억원에서 1억원대로 사실상 전액 감액됐다. 블록Ⅰ 관련 예산도 712억원에서 5억7000만원 깎였다.
민간 기업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DEW 개발에 참여하기는 어렵다고 호소한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돼야하는 초기 시장인데 당장 민간 업체가 뛰어들만큼 지원이나 협력 체계가 확실하지는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형석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교수(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는 “레이저는 최근 도입이 확대되고 있는 순항 미사일, 자폭 드론 등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이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라며 “그러나 기업들 입장에선 지원이 열악한데다 수요처가 군으로 한정적인만큼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쉽사리 뛰어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