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경 작가. [리움미술관]
강서경 작가. [리움미술관]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조각과 설치, 영상,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예술의 경계를 확장한 강서경 작가가 암 투병 중 27일 별세했다. 향년 48세.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영국 왕립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이후 모교인 이화여대에서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고인의 작업은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평면 회화에 머무르지 않고 조각과 설치, 영상, 퍼포먼스를 아우르며 회화의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다. 조선 15세기 세종대왕이 한글과 함께 만든 정간보(井字形·악보)의 기호에서 착안한 ‘정’ 연작, 언어학에서 음절 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를 지칭하는 ‘모라’(Mora)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작업, 조선시대 1인 궁중무인 ‘춘앵무’에서 춤을 추는 공간인 화문석에 주목한 ‘자리’ 작업, 최근에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 ‘산’ 연작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자리’ 연작은 전통 돗자리를 자리라는 공간 개념으로 치환해 경계와 관계 맺음의 의미를 탐구한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로 인해 고인은 ‘돗자리 작가’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고인은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초청됐고 2016년과 2018년 광주비엔날레, 2018년 리버풀비엔날레와 상하이비엔날레에도 참여해 국제적인 예술 무대에 섰다. 2018년 미국 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 전시를 비롯해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2019), 리움미술관(2023) 등에서 개인전을 열어 국내외에서 예술세계를 알렸다. 2018년에는 아트바젤에서 ‘발로아즈 예술상’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30일 오전 8시20분.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