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8일 서울 국립 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며 경선 승리 후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 후보는 전날 민주당 경선에서 최종 득표율 89.77%를 얻으며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이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민주주의 복원과 성장 회복, 격차 완화로 “정치의 사명이자 대통령의 제1과제인 국민 통합의 책임을 확실히 완수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통합’을 14번, ‘성장’을 5번 외쳤다. 이 후보는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모두 찾아 분향함으로써 통합 의지를 나타냈고, 이날 오후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방문일정으로 성장 전략을 강조하는 행보를 택했다.
이 후보의 당 경선 득표율은 1987년 이후 주요 정당 대선 후보 중 가장 높다. 김대중(78.04%), 박근혜(83.97%) 두 전 대통령의 기록을 넘었다. 대선 지지도 조사에서도 유례가 드문 독주 양상이다. 이 후보가 0.73%포인트 차이로 낙선한 지난 2022년 대선 이후 대부분 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렸고,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 확정 이후엔 다자·양자 간 모든 여론 조사에서 2위와 격차를 더욱 벌렸다. 대선 패배의 경험과, 이 후보가 당 대표로 치른 4·10 총선의 대승, 이 후보를 향한 검찰의 수사·기소 등이 당을 더욱 결집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보수 지지층의 분화가 가속화되는 한편, 이 후보가 ‘중도보수론’과 ‘실용주의’기치로 외연 확장을 시도한 것도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많다. 먼저 당내로는 견제 목소리가 사라지면서 다양성이 무너지고, 좌(左)로든 우(右)로든 이재명의 노선이 곧 민주당의 것으로 등치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당 바깥으론 이 후보의 당선 시 행정·입법권까지 틀어쥔 ‘거대 집권당’의 탄생과 일방적 국정 운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후보는 통합과 성장이 상징과 선언으로만 될 일이 아니라는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보수 인사를 영입하고, 기업 총수들을 만나는 정도로 될 일이 아니다. 당장 민주당이 개정을 추진하는 상법을 두고서는 기업과 개인투자자의 이해가 대립하고, 노란봉투법·중대재해법·52시간 근무제 예외·최저임금 등을 놓고서는 노사 주장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의료개혁’은 의사들의 격렬한 반발 속에 첫 단추조차 꿰지 못해 오히려 후퇴했다. 미국과 통상 협상은 아직 뚜렷한 해법도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통합은 오로지 성공적인 갈등조정의 결과이며, 성장은 유능한 문제 해결의 성과로만 이룰 수 있다. 곧 선출될 국민의힘 후보와 이 후보가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경쟁을 펼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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