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 나가고 등 돌려 무시
우원식 의장 추가 발언에 고성 오가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향해 더불어민주당은 침묵과 무시로 일관했다. 일부 구(舊) 야권 의원들은 연설이 시작되자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거나 항의성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24일 오전 한덕수 대통령 대행이 국회 시정연설에 나서자 진보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의원들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한 대행이 국회 연설대에 오른 것에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일부 의원은 “내란대행 사퇴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본회의장에 남은 민주당 의원들은 한 대행이 연설을 하는 도중 무시와 침묵으로 자리를 지켰다. 몇몇 의원들은 등을 돌리며 에둘러 듣지 않겠다는 표현을 했고, 잡담을 하거나 휴대전화를 보는 의원들도 있었다. 손에 꼽을 정도의 의원들 만이 한 대행의 연설을 경청했다.
한 대행이 연설이 마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로 답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항의성 발언으로 맞섰다. 민주당 한 지도부 의원은 “그렇게 급한 추경이면 빨리 하지 그랬나”라고 외치기도 했다.
양 측이 심각한 고성을 주고받기 시작한 것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 대행 시정연설 직후 발언을 하면서다.
우 의장은 “국회 예산정책처를 통해 살펴보니 정부의 공언과 달리 올해 본예산 조기집행실적이 상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벌써 2/4분기다. 추경편성을 미뤄온 정부의 설명에 비춰볼 때, 매우 유감스럽다” 말했다.
이어 우 의장은 한 대행의 그간 행보를 지적했다. 우 의장은 “국회의장으로서 권한대행께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께서는 대정부질문 국회 출석 답변과 상설특검 추천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시기 바란다”고 일침했다.
또 “파면당한 대통령을 보좌한 국무총리로서, 권한대행으로서 책임을 크게 느껴도 부족한 때다”라며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우 의장의 발언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의장석 앞으로 나와 항의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우 의장을 향해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장석에 다가가자 민주당 지도부도 의장석 앞으로 뛰어 나와 양 측은 1분 가까이 실랑이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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