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세월호 유가족 품으셨던 때 기억”
22일부터 명동성당 교황추모 분향소 설치

22일 오전 6시30분께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인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앞. 이곳에는 이른 시간부터 지난 21일 오후 한국에 전해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을 접한 천주교 신자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장대비를 뚫고 온 200여 명의 신자들은 오전 7시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예배당에 들어섰고 가는 길목에 놓인 교황 조각상을 보고선 잠시 멈춰서 묵념을 하기도 했다.
미사는 엄숙하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나 도중에 슬픔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신자도 보였다.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고 조용히 흐느끼는 이도, 눈을 질끈 감고 기도하는 이도 있었다.
신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며 애도했다. 미사가 끝난 뒤에도 눈시울을 붉힌 채 서 있던 박영애(69) 씨는 “교황님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더 가난한 자들을 당신의 형제처럼 챙기고 품어주신 아주 인자한 분이셨다”며 “특히 우리나라를 사랑하셨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따뜻하게 안아주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도의 마음을 그대로 표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교황님과 동시대에 살 수 있어 행복했다”라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바 있다. 그해 아시아 대륙에서 가장 먼저 찾은 나라였다. 한국에서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족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꽃동네 장애인 등을 만나고 이들의 고통을 보듬었다.
2014년 교황이 방한했을 때 광화문 광장에 나갔다던 허루시야(79) 씨는 “그때 먼발치에서 교황님을 뵀었는데, 10년 넘은 지금도 하나하나 선명하게 떠오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황님은 정말 따뜻하고 사람을 사랑하시는 분이었다”면서 “신자로서 살아갈 모범의 삶을 몸소 실천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추모했다. 허씨는 다음번 명동성당 추모미사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서전을 번역했던 이재협 서울대교구 신부도 “첫 남미 출신 교황으로 당선돼 항상 겸손한 모습으로 사셨던 분”이라는 말로 고인의 삶을 기렸다. 이어 “많은 신자들이 부활절을 기뻐하다 교황 선종 소식을 듣고 이내 슬픔에 빠졌다”며 “교황께서 평안히 안식에 드실 수 있도록 기도 중이며 교황청에서 나오는 장례 절차에 따라 추후 추모를 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동성당 지하성당에는 이날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의 분향소가 설치된다. 오후 3시 염수정 추기경과 정순택 서울대교구 대주교 등이 이곳을 찾아 교황을 조문한다. 이후 일반 신자와 시민들도 분향소를 찾아 조문할 수 있다고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공지했다. 안효정·김도윤 기자
an@heraldcorp.com
kimdoy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