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협 ‘2024년 출판시장 통계’

출판기업 영업이익 36.4% 증가…문학동네·창비 ‘한강 특수’

만화·웹툰·웹소설 출판사·전자출판 플랫폼 실적 호조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작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작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지난해 출판 기업들의 매출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은 대폭 늘었다. 서점들의 매출도 증가했는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특수 효과로 풀이된다.

21일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가 발간한 ‘2024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71개 출판 기업의 2024년 매출액은 4조8911억원으로 전년 대비 0.1%(52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4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6.4%(392억원) 증가했다.

출판 부문별로 살펴보면 교육도서 출판사 42개사의 매출액은 4조16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915억원으로 8.7% 늘었다. 교육도서 중 교과서·학습참고서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8% 감소했는데,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둘러싼 혼란이 업계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단행본 출판사 22개사의 매출액은 4653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31억원으로 105.3% 급증했다. 특히 문학동네와 창비의 매출액, 영업이익이 크게 올랐는데, 한강 작가 특수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만화·웹툰·웹소설 출판사 8개사의 매출액은 2635억원으로 전년보다 22.1%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123억원으로 무려 385.9% 성장했다. 해당 부문 1위로 올라선 디앤씨미디어는 지식재산권(IP) 수출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

서점 매출액 4.1% 증가…영업이익 흑자 전환

교보문고, 리브로, 알라딘커뮤니케이션, 영풍문고, 예스24 등 온·오프라인 서점 5개사의 2024년 매출액은 2조2524억원으로 전년 대비 4.1%(883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114억원 적자에서 2024년 189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교보문고는 전년에 이어 적자를 유지하고 있으나 적자 폭은 줄었고, 알라딘커뮤니케이션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반면 예스24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4.4% 뛰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서점 매출액이 상승세를 보인 데에는 한강 작가 특수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보문고의 경우 소매에서 도매 영업까지 사업을 확장하면서 지난해 B2B 매출액이 전년 대비 296.5% 상승했으며 전체 매출 중 비중도 2023년 2.9%에서 2024년 9.9%로 올랐다. 사업 확장에 따른 적자가 이어지고 있으나 최근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해 수익성 향상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도서 부문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알려진 쿠팡의 경우 세부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후 별도의 조사를 통해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출협은 설명했다.

전자출판 플랫폼 매출액·영업이익 호조

지난해 주요 전자출판(전자책·웹툰·웹소설) 플랫폼 기업 13개사의 매출액은 1조59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54억원으로 전년보다 25.6% 증가했다.

이번 보고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2024년도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법인 중 서적출판업을 주로 영위하는 기업과 만화 출판업,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정보 제공업, 포털 및 기타 인터넷 정보매개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 중 전자책 출판과 플랫폼 사업을 하는 기업 등 71개 출판 기업 59개 유관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다만 외감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산업 전체의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외감 대상 이외의 출판사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조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출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완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식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출판 예산은 2022년에도 못 미쳐”

출협은 한국이 지식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화했지만 출판 예산은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부 기관 및 민간 협회 등에서 발간된 최신 자료를 부록에 담았는데, 최근 어문·연극저작권 및 인쇄도서의 무역수지 수출액이 상승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어문·연극저작권 수출액은 2022년 크게 올랐다가 2023년과 2024년 2억달러 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른 출판물 인쇄 도서 수출액은 2023년과 2024년 2억5000만달러를 넘어섰으며 무역수지도 1억달러 이상을 달성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점차 지식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출협은 설명했다.

출협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24년 출판·독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뒤 원상복구하겠다고 밝혔으나 2025년 예산은 아직 2022년, 2023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다”고 짚었다. 2022년 466억원, 2023년 474억원이던 출판 산업 육성 예산은 2024년 429억원으로 전년 대비 9.5% 감소했다. 2025년 예산은 전년 대비 7.3%(31억원) 늘어난 460억원으로 책정됐지만 여전히 2022년도 예산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