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 산쥐, 다음달 SAF 본격 생산

中, 올해 20만톤·내년 50만톤 전망

국내 정유사 가격경쟁력 훼손 불가피

“정부 차원 협상·지원금 확대 필수”

국내 정유사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꼽고 있는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중국이 본격 뛰어들고 있다. 중국은 5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 매해 수십만톤 규모의 물량을 쏟아낼 전망이다. 중국이 SAF 원료 최대 보유국이라는 점에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기술 격차를 일찌감치 벌려놓겠다는 전략이지만, 원료 조달 등 정부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무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中 산둥 산쥐 생산규모, SK에너지 두배=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중국 에너지 기업 산둥 산쥐는 5월부터 연간 20만톤 규모로 SAF 생산을 시작한다. 이는 국내 최대 SAF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는 SK에너지(10만톤)를 2배 웃도는 규모다. 앞서 산둥 산쥐는 중국 정부로부터 전국 공항에 SAF 공급 승인을 받고, 지난해부터 생산 설비를 구축해왔다. SAF는 폐식용유와 같은 바이오 원료를 재활용해 만든 항공연료로, 등유를 기반으로 한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그간 중국은 SAF 생산에 비교적 소극적이었지만, 업계에선 올해와 내년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SAF 생산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의 다른 에너지 기업 친저우 홍쿤도 내년부터 연간 30만톤 규모로 SAF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중국 준헝 산업그룹 생명공학 유한공사도 지난해 12월 SAF 생산을 시작해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에게 SAF는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이다. 전세계적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달리 자국 내 전기차 수요는 꾸준한 상황이다. 이에 자동차용 연료를 대체할 차세대 연료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국민용항공국(CAAC)은 2025년까지 SAF 소비량 250만톤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中, 폐식용유 자국소비 전환=중국은 SAF 생산 원료인 폐식용유 최대 수출국이다. 폐식용유는 SAF뿐 아니라 친환경 자동차 연료인 바이오디젤 연료로도 쓰여, 몸값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기준 폐식용유 가격은 지난 1월 톤당 1015달러로, 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은 폐식용유 수출을 줄이고 자국 내 소비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은 일찍이 SAF 시장에 진출해 수출 활로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에 본격 진출시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SAF는 일반 항공유보다 가격이 최대 3배까지 비싸 가격 면에서 우위를 점하는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에 철강, 석유화학 등 국내 제조업을 흔들고 있는 중국발 저가공세가 SAF로도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원료 수급이나 정제 설비 규모 등 여러 가지로 SAF 시장에서 유리한 면이 많다”며 “중국이 SAF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만 한다면 한국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기업 고효율 생산기술로 차별화=SAF 시장에 진출한 국내 정유사들은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우선은 관련 연구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진입에 앞서 기술력 격차를 벌려놓겠다는 계획이다. SK에너지는 폐유 수급난에 대비해 저품질 폐유로도 SAF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SAF 생산 방안 및 특성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원료 조달은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사안인만큼 정부 지원이 더욱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호소도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국내 기준인 SAF 1% 혼합 기준을 맞추는 수준만 해도 최소 30만~40만톤의 폐유 수급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협상이나 지원금 확대 등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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