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밥천국 가는 날(전혜진 지음, 래빗홀)=싱글맘 희우는 느닷없이 미뤄진 회의 때문에 오늘도 딸 민서를 어린이집에서 가장 늦게 데려왔다. 늦어진 식사 시간에 간단히 밥을 먹고 들어가려는데, 민서가 뜬금없이 콩국수가 먹고 싶단다. 여름 별미인 콩국수를 어중간한 봄날 어디서 파나 싶었지만, 밑져야 본전으로 메뉴가 많은 김밥천국으로 간다. 기대만큼 양질의 콩국수는 아니지만 아이가 잘 먹으니 그걸로 족하다. 싱글맘, 학습지 교사, 암 환자, 결혼이주여성, 비정규직 직원 등 이 책에 등장하는 화자들은 모두 인천이라는 대도시에서 고달픈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다. 이들이 힘들 때마다 찾는 ‘김밥천국’과 그곳에서 먹는 김밥, 치즈떡볶이, 돈가스, 오징어덮밥 등 열 가지의 메뉴는 다시 한번 소중한 추억을 상기시키며 따스한 위로를 전한다.

▶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폴 서터 지음·송지선 옮김, 오르트)=바야흐로 우주의 시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다시 인류를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뿐 아니라 스페이스X의 화성 이주 계획과 같이 민간 영역에서도 우주 탐사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우주이지만, NASA의 고문이자 천체물리학자인 저자는 인류가 아직도 우주에 대해 막연한 동경만 품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인류가 여행하게 될 우주란 구체적으로 어떤 곳이며, 이곳에서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어떤 과학적 지식을 알아야 할지 유머를 섞어 이야기하듯 풀어낸다. 우주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매우 위험한 곳이라 ‘아름다운 우주’에 대한 환상이 깨질 수 있다. 그럼에도 우주로 향하는 우리의 잠재력을 섣불리 포기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사실을 곧 깨달을 수 있다.

▶레클리스: 한국전쟁 감동 실화(로빈 허턴 지음·황하민 옮김, 도레미엔터테인먼트)=한국전쟁이라는 참혹한 역사에서 빛났던 존재, 미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의 전마 ‘레클리스’의 실화가 오롯이 담겼다. 1953년 벼랑 끝 전투였던 베가스·리노·카슨 고지전에서 레클리스는 88kg에 달하는 탄약을 실은 채 매일 56㎞를 달렸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 한가운데서 부상병을 옮기기도 했다. 그 공로로 미 해병대 역사상 최초로 하사 계급을 받았고, 미국으로 귀화해 상사까지 진급했다. 이 책은 단순히 전쟁 영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레클리스를 통해 전장에서 자기 임무를 끝까지 수행해 내는 병사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그리고 단돈 250달러에 서울 신설동 경매장에서 팔린 경주마가 어떻게 인간의 애틋한 전우가 되었는지를 8년의 취재 끝에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동물과 인간이 나눈 신뢰와 용기의 서사이자, 잊혀진 전쟁 속 위대한 존재를 조명한 귀중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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