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경·대륙아주 산업안전법제포럼
정진우 서울과기대 교수 강연
1심 선고 기준 33건이 집행유예
“꼼꼼한 서류 준비 기본, 자만은 금물”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판결 관련 유사한 사실에 대해서도 검찰과 법원에 따라 판단을 달리하고 있어 기업에서 (중처법상 의무를)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하는지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최대한 보수적인 입장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16일 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공동주최한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에서 개최된 이날 포럼에서 정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동향과 대응 전략’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그는 국내 최고의 산업안전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중처법은 지난 2022년 1월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적용됐으며, 작년 1월부터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모든 기업으로 확대 적용 중이다.
정 교수는 중처법 시행 이후 최근까지 나온 주요 판결을 분석하면서 “현재(4월 16일 기준)까지 중처법 위반으로 1심 기준 39건이 선고됐으며, 대부분의 판결(33개)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고 밝혔다.
이어 “39건 판결 대상 업체 중 1곳을 제외하곤 모두 중소 규모의 업체였다”면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대기업 대부분은 검찰에서 불기소되거나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고 일부는 법원에서 소송 진행 중에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39건 중 건설업체에 대한 판결은 16개로 전체 유죄판결의 약 41%를 차지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중처법 시행 초기(약 65%) 대비 비율이 다소 낮아졌는데 이는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건설현장 감소가 주된 영향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교수는 “현재까지 판결 사례를 보면 중처법에 불명확하고 모호한 부분이 많아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법 집행과 해석이 횡행하고 있다”면서 “법원 역시 법리와 증거에 입각한 공정한 심판자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대기업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고자 한 것이 중처법의 주된 목적이었지만, (판결문 분석 결과) 중처법 시행 이전에도 이미 처벌돼 온 중소기업 경영책임자 처벌에 치우쳐 있다”면서 “하청업체의 문제가 그대로 원청업체의 사법 리스크가 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기업들의 대응에 대해 정 교수는 “초기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혐의에 대해) 자백했지만, 이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백이 줄어들고 무죄 주장이 확연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향후 기업의 대응방안과 관련 “중처법의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전문기관의 조력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라면서 “최대한 보수적 입장으로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하청업체(비상주업체 포함)의 종사자를 포함해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의 안전보건조치(ALARP)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중처법상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 왔다는 것에 대한 입증자료(매뉴얼·절차서·기준 등) 작성 등을 통해 꼼꼼하고 정확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서류를 꼼꼼하고 정확하게 갖추는 것은 많은 부작용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처법 대응의 기본이자 필수”라면서 “이미 외부업체로부터 한 번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자만하거나 충분하다고 생각지 말고 중처법의 이행 준비 및 대응에 다각적으로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주의할 점과 관련 ▷중처법의 의무 이행내용에 대해 경영책임자에게 보고만 하고 결재 누락 ▷ 시행령에 규정된 의무사항(13개)만 챙기고 법률에 규정돼 있는 ‘재해 재발방지 대책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누락 또는 부실 등을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