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안심정산 서비스 도입…배송 완료 다음날 70% 정산

수익원 절실한 오픈마켓…“명품 셀러 유입 통해 경쟁력 확보”

최형록, 지난주부터 셀러와 만남…M&A 의사 밝힌 기업 없어

최형록 발란 대표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리는 기업회생신청 대표자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최형록 발란 대표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리는 기업회생신청 대표자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발란의 기업회생 신청이 국내 명품 플랫폼의 전반적인 위기로 확산하자, 오픈마켓이 마섰다. 명품 셀러(판매자) 입점을 늘려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오픈마켓 기업들은 신규 명품셀러 모집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 자회사와 계열사를 강조하며 머스트잇, 트렌비 등 기존 명품 플랫폼보다 재정상황이 양호하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는 지난 14일부터 ‘11번가 안심정산’ 서비스를 도입했다. 배송 완료 다음 날 정산금액의 70%를 먼저 지급하고, 고객이 구매 확정을 하면 그 다음 날 나머지 30%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또 11번가는 현재 명품 버티컬 서비스 ‘우아럭스(OOAh luxe)’를 운영 중이다. 고객 결제일 기준으로 빠르면 2~3일 만에 정산 작업이 시작돼 일반정산보다 7일가량 정산일이 빨라진다고 설명한다. 입점을 희망하는 셀러에게도 안심정산 서비스를 제공한다. 11번가는 명품 셀러를 대상으로 ‘시선집중’, ‘타임딜’ 등 고객 주목도가 높은 판매 코너에 상품을 노출시키는 등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 최단기간 정산’ 기조를 유지 중인 G마켓과 옥션도 차질 없이 명품 셀러들에게 정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G마켓과 옥션은 구매 확정 다음 날 정산금 100%를 지급한다.

[11번가 제공]
[11번가 제공]

오픈마켓 업계가 명품 셀러 지원에 나선 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견제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업체의 수수료는 현재 5% 이하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오는 6월부터 새로운 수수료 정책을 도입할 예정인데, 업계는 ‘발란 사태’와 맞물려 명품 셀러들의 대규모 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얼마나 큰 입점사가 들어오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되기 때문에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에서 상품을 내리려는 대형 셀러를 유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도 6월부터 수수료를 소폭 올릴 예정이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봤다.

다른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 명품 소비가 줄었기 때문에 명품 셀러를 유치한다고 실적이 갑자기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오픈마켓은 입점사 수, 규모를 무시할 수 없어 명품 셀러의 이탈을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절실하다는 점도 반영됐다. 11번가는 2020년부터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부터 손실 규모가 줄었지만, 여전히 손실액은 수백억대다. 지난해 손실 규모는 754억원이다. SK스퀘어는 11번가의 실적개선과 별도로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G마켓도 마찬가지다. 이마트에 인수된 이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영업이익은 655억원, 2023년 320억원, 2024년 67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G마켓은 지난해 알리바바와 합작투자계약(JVA) 및 관련 사업협약을 체결하며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나섰다.

한편 발란은 지난주부터 셀러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대형셀러를 시작으로 이번 주에는 16일에 미팅이 예정돼 있다. 해당 미팅에는 최형록 대표이사와 일부 경영진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이사는 자리에서 M&A 의지를 나타내며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M&A 진행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최 대표이사에게 공식적으로 M&A 의사를 밝힌 기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발란은 매각 주간사를 정하지 못해 M&A 진행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newk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