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악기로 같은 프로그램 연주
“오르간마다 독특한 개성 있어”
“오르간을 처음 연주한 순간, 단 7초 만에 사랑에 빠졌어요. 이게 내 악기라는 걸 깨달았어요. 마치 물고기가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느꼈고, 영혼은 온전히 몰입됐어요.”
그에게 오르간은 ‘금단의 열매’였고, 쉽사리 닿을 수 없는 ‘악기’였다. 소련 통치기, ‘종교의 자유’가 금지됐던 라트비아에서 유년기를 보낸 이베타 압칼나가 오르간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존재’는 알았지만, 아름답고 웅장하고 매우 큰 오르간은 제단 위에 올려진 신성한 악기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라트비아 출신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의 탄생은 이 나라의 굴곡진 현대사와 함께한다. 클래식 공연장에서도 극소수인 데다, 일부 교회에서나 볼 수 있는 오르간은 라트비아에서는 더욱이나 귀한 악기였다.
“교회에 가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다”는 압칼나는 “독립(1991년) 이후 자유 민주국가가 되고 나서야 교회도 문을 열며 오르간 건반을 만지고 싶다는 꿈을 꿀 수 있었다”고 했다. 라트비아가 독립하던 그때를 압칼나는 ‘노래 혁명’이라고 말한다.
꿈은 현실이 됐다. 그는 오르가니스트 최초로 2005년 ‘독일의 그래미’로 불리는 에코 클래식 ‘올해의 연주자상’을 수상했고, 2007년 ‘지휘 거장’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연주 이후 세계가 주목하는 연주자가 됐다.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이베타 압칼나(사진)는 “드디어 이곳에 오게 됐다”며 최근 헤럴드경제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기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앞서 2021년 3월 내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리사이틀이 취소, 4년 만에 한국 공연을 다시 열게 됐다. 지난 2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했다. 오는 5일에는 부천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두 공연장은 각기 다른 음색과 빛깔의 오르간을 가지고 있다. 롯데콘서트홀은 리거(Rieger) 오르간, 부천아트센터는 카사방 프레르(Casavant Frères) 오르간을 보유 중이다. 압칼나는 이번 내한에서 각기 다른 오르간으로 같은 프로그램을 연주하게 된다.
그는 “모든 콘서트 오르간은 독특한 소리를 가지고 있고, 각각의 오르간은 매우 개별적이고 유일무이하다”고 했다. 압칼나는 ‘특정 오르간’에서 연주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데에 최소 8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오르간이 가진 다채로운 빛깔과 무궁무진한 음색은 오르간에 빠져들게 하는 악기의 매력이다. 그는 “나의 예술적 비전에 맞는 소리의 조합을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작업한다”며 “각 오르간이 가진 독특한 개성은 우리가 계속해서 새로운 악기를 탐험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 고심 끝에 선정한 프로그램은 바로크부터 낭만주의를 거쳐 현대음악까지 다다랐다. 바흐의 ‘파사칼리아 c단조’와 샤콘느,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중 파사칼리아, 야나체크의 ‘글라고리트 미사’ 후주곡, 라트비아 출신 현대 작곡가 페테리스 바스크스의 ‘순백의 정경’ 등이었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느끼세요. 최고의 감상법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와서, 오르간 음악이 줄 수 있는 깊이와 감정의 바다에 몸을 맡기는 것입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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