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스타트업에만 시리즈투자
VC, ‘드라이파우더’ 상태 보유만
투자, 회수 근접 5∼7년기업 집중
“모태펀드 출자액, AC 배정 늘려야”
![AI 서비스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최근 시리즈B 라운드에서 총 108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뤼튼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03/news-p.v1.20250401.ea47b1bf320f488ca01390519928bc11_P1.jpg)
시리즈 A·B 투자로 300여 억원을 모았던 한 빅데이터 스타트업은 3년여 간의 휴업상태를 정리하고 최근 경영권을 동종 업종 스타트업에 넘겼다. 사업화 자금은 소진됐고, 50여 명에 이르던 직원도 모두 회사를 떠나 정상화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기술이라도 살리려고 택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벤처투자가 인공지능(AI), 로봇, 뷰티·헬스케어 등 소수의 테크 스타트업에만 집중되고 있다.
AI 서비스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지난달 시리즈B에서 총 1080억원을 유치했다. 누적 투자유치액은 1300억원에 달한다.
셀락바이오도 지난달 시리즈A에서만 540억원을 유치했다. 휴젤 출신 경영진이 모여 설립해 화제를 모모은 곳이다. 필러제품을 개발해 고객사에 공급(ODM), 사업성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 특화 AI솔루션 스타트업 BHSN도 최근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아 누적 투자액이 160억원에 이른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업계의 돈가뭄은 심화되고 있다. 창업 1∼3년 초기 스타트업들이 특히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사실은 중소벤처기업부의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창업 3년미만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은 2조2243억원으로, 2023년 2조6808억원에 비해 17.03%(4565억원) 감소했다.
반면 업력이 7년을 초과한 창업 후기기업의 경우 지난해 투자액이 6조3663억원으로, 전년 5조1616억원에 비해 23.3%(1조2047억원) 늘었다. 3∼7년 사이의 중기기업 투자도 지난해 3조3551억원으로, 2023년 3조709억원보다 9.3%(2842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리나 경기상황 등 대내외 여건이 호전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투자재원이 부족한 게 아니라 투자가 집행되지 않는 점이다. 많은 자금이 ‘드라이파우더’ 상태로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벤처캐피탈(VC)들이 펀드를 결성해 놓고도 (경기상황 때문에) 투자를 집행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한 VC 관계자는 “업력이 5년 이상인 검증된 스타트업에 대한 ‘클럽딜’이 성행하는 건 사실이다.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클럽딜은 평소 친한 VC들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리스크를 회피와 손쉬운 투자에 집중한다고 볼 수 있다.
중기부의 대형 VC 선호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매년 대형 VC 1곳당 모태펀드에서 1000억원 이상 출자되고 있다. 그렇지만 VC의 의무출자비율은 1%에 지나지 않는다. 펀드 만기는 보통 7~8년으로, 그 기간 안에는 투자를 집행하지 않아도 모태펀드 출자액이 회수되지 않는다.
또 VC들은 1년에 관리보수로 2.5%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1000억원 중 25억원을 보수로 받는 셈인데, 리스크 큰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법이 없지는 않다. 모태펀드의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AC) 출자를 늘리는 것이 방법이다. 투자·보육 전문인 AC는 3년미만 스타트업 위주로 투자한다. 이들은 시드투자와 프리시리즈A 투자에 집중한다.
VC는 7년미만 스타트업의 시리즈 A·B·C 투자가 위주다. 성장지표가 나온 기업에 투자가 집중되는 것이다.
현재 모태펀드의 출자는 VC 위주로 이뤄진다. 모태펀드 정시 출자 때 3년 미만 스타트업 배정은 수백억원에 불과하다. 올해에는 1차 정시 출자에서 예산 전액(1조원)을 투입한다. 그나마 지난해 800억원 대비 25% 늘린 1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이 중에서도 VC 몫이 850억원이며, 소형 AC에 배정된 예산은 150억원에 불과하다. 이 밖에 라이콘(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에도 VC몫 150억원이 배정돼 총액으로 쳐도 1조원 중 300억원 정도다.
한 AC 관계자는 “창업 3년 미만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야 창업생태계 선순환 구조가 유지된다. 모태펀드 AC 출자액을 대폭 늘려주고, 투자영역도 5년 미만 기업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문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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