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헤다’ 5월 7일부터 LG아트센터
이혜영 ‘헤다’ 5월 8일부터 명동예술극장
![LG아트센터 연극 ‘헤다 가블러’로 돌아온 배우 이영애 [LG아트센터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13/news-p.v1.20250313.f410e5d0d38c4a01b78de60f2f736e76_P1.jpg)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영애 vs 이혜영.
수식어도 필요없는 한국의 두 여배우가 같은 작품으로 다른 무대에 선다. 이른바 ‘여성 햄릿’으로 불리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헤다 가블러’를 통해서다. 배우 이영애는 32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고, 이혜영은 연극계 주요상을 그에게 모두 안긴 작품을 13년 만에 다시 만난다.
13일 연극계에 따르면, 배우 이영애와 이혜영이 오는 5월 각각 LG아트센터(5월7일~6월 8일까지)와 국립극단(5월8일부터 6월1일까지) 무대를 통해 헤다 가블러의 옷을 입는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같은 작품으로 다른 프로덕션이 제작한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무대로 향하는 톱스타들…“전도연이 도화선”
최근 몇 년 사이 TV와 영화를 통해 활동해온 소위 ‘톱배우’들의 연극 무대 복귀가 많아졌다. 지난해만 해도 배우 전도연이 LG아트센터의 ‘벚꽃동산’으로 연극 무대에 복귀했고, 조승우는 예술의전당 ‘햄릿’으로 첫 연극에 도전했다. 유승호(‘엔젤스 인 아메리카’), 최수영(‘와이프’), 안은진(‘사일런트 스카이’), 김강우(‘븕은 낙엽’), 한혜진(‘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스타 배우들이 속속 무대를 찾아 연극 관객의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배우들이 무대를 찾는 데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무대는 배우에게 ‘두려움’인 동시에 ‘해방구’라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연극은 매일 생방송으로 관객과 마주하는 희열, 무대에 서기까지 자신을 극복하며 연기력을 확장할 수 있는 배움의 시간”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하나의 인물에 대해 온전한 이해 없이 시간에 쫓겨 촬영해야 하는 매체 환경과 달리 2~3개월의 충분한 연습 시간을 통해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배우들이 만나는 무대 연기의 장점이다.
![국립극단 연극 ‘헤다 가블러’로 돌아온 배우 이혜영 [국립극단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13/news-p.v1.20250313.749f83c268c746d9b799c9da02667ead_P1.jpg)
또 무대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대체불가능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배우들에게 더 많이 소구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관계자는 “최근 딥페이크, 가상 아이돌이나 가상배우 등 기술의 발달로 매체에선 연예인 자신을 대체할 방법이 많아졌지만, 무대는 오직 그 사람만이 생생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만의 것을 가지려는 배우들이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업계에선 스타 배우들의 연극 진출에 대해 “LG아트센터와 같은 훌륭한 건축미 등 하드웨어가 잘 갖춰진 공연장의 등장”도 스타 배우들이 마음을 연 배경으로 본다. 뿐만 아니라 ‘벚꽃동산’으로 돌아온 전도연의 성공은 일종의 도화선이 됐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배우 전도연의 성공적 복귀 이후 톱배우들이 연극 제안을 관심있게 지켜보며 적극적인 고려사항에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영애 VS 이혜영, 두 명의 헤다
이영애가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은 1993년 ‘짜장면’ 이후 30여년 만이다. 배우, 공연장, 대본 등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 이영애의 무대는 연극 ‘키리에’로 2023년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받은 전인철이 연출을 맡았다.
5월 공연을 앞두고 최근 첫 리딩을 시작한 이영애는 “‘헤다 가블러’는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이라며 “32년 만에 서는 연극 무대라 고민을 많이 했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드라마, 영화 등 좋은 작품을 많이 했지만 배우로서 항상 목마름이 있었는데 50대가 된 지금 여자로서, 배우로서 다양한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캐릭터가 ‘헤다’가 아닌가 싶다. 두려운 마음이 들지만 오직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
![LG아트센터 연극 ‘헤다 가블러’로 돌아온 배우 이영애 [LG아트센터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13/news-p.v1.20250313.66d125012e9f462f9c21d86aecc39652_P1.jpg)
이혜영은 ‘연극의 성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다시 한 번 헤다 가블러가 된다. 세계 초연 이후 120년 만에 한국 무대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이혜영과 함께 연극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12년 당시 전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그는 “한국의 첫 헤다이자 영원한 헤다”라는 수식어를 안으며 배우로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혜영은 “13년이 지났는데 신혼여행에서 막 돌아온 새 신부 역할을 또 맡았다. 이 역할을 맡을 결심이 선 것은 이 자리에 함께하는 동료들 덕분”이라는 감사를 전하며 연습에 돌입했다.
왜 ‘헤다 가블러’인가…“여전히 현대적인 고전”
입센의 희곡 ‘헤다 가블러’는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다룬 고전이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오늘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LG아트센터가 개관 25주년을 맞아 준비한 ‘헤다 가블러’의 연출을 맡은 전인철은 “1890년에 쓰인 작품이지만 읽을수록 대단히 현대적이다”라며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불안과 욕망을 너무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라 2025년 동시대의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LG아트센터의 작품은 ‘헤다 가블러’를 현대적으로 각색, 로렌스 올리비에상 최우수 리바이벌상(2006)을 수상한 리처드 이어(Richard Eyre)의 각색본을 무대에 올린다.
한국 연극의 성지인 국립극단에선 ‘헤다 가블러’를 ‘픽(Pick)시리즈’로 선보인다. 국립극단은 초연 이후 관객의 상영 요청이 지속된 작품을 재기획해 ‘픽시리즈’로 무대에 올린다.
연출을 맡은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13년 만에 다시 새롭게 제작하는 작품이다. 초연 당시와 비교해 지금 사회와 관객의 감수성이 달라졌다”며 “그때 당시 관객이 환호해 주셨던 작품의 시대성을 놓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립극단에선 대본의 번역으로 헨리크 입센의 작품 서사 체계와 창작 모티브, 해석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온 조태준 배제대 교수가 참여했다. 불꽃 같은 헤더의 삶에 현대의 관객도 공감할 요소를 더하기 위해 황정은 작가는 윤색으로 참여했다.
황 작가는 “다른 작품들은 관객에게 인물을 이해시키고 싶다는 마음이 굉장히 앞서는데 ‘헤다 가블러’는 관객이 ‘헤다’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이 ‘헤다’에게 서서히 스며들기를 바란다는 마음으로 윤색 작업을 진행했다”며 “‘헤다’가 추구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계속 고민하고 함께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