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캐리어를 끌고 들어 온 외국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중국, 대만, 홍콩, 아랍권까지 다양한 국가에서 온 관광객들이 웃고 떠들며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글로벌 최대 여행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www.tripadvisor.co.kr)’에서 서울 소재 박물관과 미술관 180곳 중 방문자 평가 점수 랭킹 1위를 놓고 국립중앙박물관과 엎치락뒤치락 ‘싸움’을 벌이고 있는 트릭아이미술관(대표 강형구). 삼성 리움미술관이 랭킹 3위라니, 한국인들보다 외국인들에게 더 인기있는 이 미술관이 자못 흥미롭다.
마포구 홍익로 3길, 혹은 ‘홍대 곱창거리’로 알려진 후미진 골목 오래된 볼링장 건물을 통째로 사들여 설립한 이 미술관에는 고흐의 ‘카페 테라스’나 쇠라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등을 3D 입체로 재현한 작품들이 걸려 있다.
트릭아이란 프랑스어로 ‘속이다’와 ‘눈’의 합성어인 ‘트롱프뢰유(Trompe-l’œil)’의 영어식 표현 ‘Trick of the eye’를 줄인 말로, 착시를 이용해 평면 위의 작업을 3차원으로 보이게 하는 미술 기법을 말한다.
조악한 듯 친숙한 명화들이 먼저 말을 걸어오면 관객들은 그 그림을 만지고 갖고 놀고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대만에서 온 한 20대 여성은 “3D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Interesting) 멋지다(Cool)”면서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한국의 트릭아이를 알게 됐는데 대만에는 아직 이런 뮤지엄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트릭아이미술관은 아이스뮤지엄, 러브뮤지엄 등 독특한 콘셉트의 전시관을 함께 마련해 관람객들의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성인 박물관을 표방한 1층 러브뮤지엄 입구에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상체 누드를 드러낸 채 청바지를 입고 있다. 이 패러디 그림은 아프리카미술관 관장인 서양화가 정해광씨가 직접 그렸다.
대부분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만지지 마세요’ 혹은 ‘사진 촬영 금지’라는 푯말이 걸어 놓는 데 반해, 이러한 엄숙주의를 과감히 깨고 미술이 대중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지점을 영리하게 찾아낸 이는 바로 강형구 트릭아이미술관 대표.
서울, 부산, 제주 3곳에 트릭아이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6월 싱가포르 미술관을 시작으로 10월 홍콩, 11월 중국 선전, 12월 하이난까지 올해에만 해외 4곳에 트릭아이미술관을 세울 예정이다. 강 대표에 따르면 대부분 현지에서 먼저 사업 제안을 해 왔으며 현재까지 150~200여곳에 달한다.
하루 2000~3000명, 연간 50~6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이 미술관은 설립 3년여만에 순수 티켓 판매로만 연 매출 100억원을 올리고 있다. 조악한 그림 몇 점 걸어두고 티켓 장사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강 대표는 손사레를 쳤다. 그는 직원들 임금을 뺀 나머지 대부분의 금액을 미술관 재투자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에 위치한 작화실에는 10여명의 작가들이 1년 내내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오랫동안 영화 간판미술을 해 왔던 장인들도 포함돼 있죠. 잘 나가는 작가라도 이 곳에 오면 밑그림 작업실로 가야 할 정도로 트릭아이의 작가들은 오랜 경력과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영국의 내셔널뮤지엄 같은 뮤지엄 컴플렉스(Museum complex)를 세우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는 강 대표는 조만간 트릭아이미술관과 산토리니파크, 그리스신화박물관 등이 결합된 복합 전시공간을 만들겠다며 포부를 다졌다.
“우리의 경쟁사는 세계적인 밀랍인형 박물관 마담 투소입니다. 싱가포르의 센토사, 홍콩의 빅토리아 피크 등 마담 투소가 들어서 있는 세계 주요 도시에 다 들어가서 꼭 이기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