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PIIE 선임위원 “1기 때보다 관세 면제 국가 경쟁 더 치열”

정만기 산업연합포럼 회장 “한국, 미 현지 투자 늘린 것 강조해야”

장상식 무협 통상연구원장 “韓보다 대만, 일본, 베트남이 관세 영향권”

안덕근 산업장관, 통상차관보 등 고위급 줄줄이 이달 미국행

여한구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
여한구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 가질 투자나, 방산과 어떻게든 연계해 우리도 예외를 적용받아야 한다. 조선업이 좋은 열쇠가 될 수 있는데, 조선업에 투자할테니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데 필요한 한국산 철강은 관세 예외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산업·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25% 철강관세 부과 발표와 관련, 우리나라가 트럼프 첫 임기 때처럼 철강 관세를 면제 받으려면 대미 투자와 방위산업 협력을 활용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번 관세 부과에 예외는 없다고 했지만 호주에 대해서는 면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관세 면제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은 12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협상해서 철강 관세를 면제받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 선임위원은 한국 정부가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철강 관세를 협상할 때 주미대사관 상무관이었으며 2021∼2022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

여 선임위원은 “트럼프 1기 때는 미국이 질 좋은 한국 철강을 수입하면 미국 소비자와, 철강을 사용하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도 좋다는 일반적인 논리로 설득해도 어느 정도 통했는데 2기 행정부의 관세 강도를 고려하면 이번에는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이 트럼프 측의 관심을 끌거나 그들의 핵심 이익에 부합하는 대안을 만들어서 제시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전투기나 군함을 만드는데 한국산 철강이 없으면 안 된다거나하는 논리를 만들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선업이 우리한테 좋은 열쇠가 될 수 있다. 일본처럼 지금 우리가 너희 철강 산업 살리려고 이렇게 일자리 창출하고 투자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철강 수입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가능하다”면서 “예를 들어 한국이 미국의 조선업이나 방위산업에 투자하려고 하는데 투자가 성공하려면 한국산 철강을 일부 수입할 수밖에 없으니 면제해 달라고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만기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헤럴드경제DB]
정만기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헤럴드경제DB]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한국기업들이 미국의 일자리 창출, 미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 지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에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이 미국 현지 투자를 대폭 늘렸던 점을 강조해야한다”면서 “현대차 미국 공장 설립되면서 관련 자동차 부품 대미 수출 등이 늘어난 점도 대미 흑자폭을 증가시킨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 대규모 생산 기반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은 트럼프 1기 이후 미국에서 투자를 크게 늘렸다. 삼성·LG전자는 2018년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대응을 위해 미 생산시설을 늘렸고, 현대차의 경우 2022년 10월 조지아주 서배너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착공한 후 작년 말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한화그룹은 작년 6월 1억달러(한화 약 1380억원)를 투자해 미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고, 국내 기업 최초로 미 조선업에 진출했다.

정 회장은 “트럼트 1기에서 우리나라가 철강관세 대신 쿼터제로 조기 타결했지만 추후 일본과 유럽연합은 일정량을 무관세로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먼저 타결되는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 정국이라는 점을 감안, 천천히 스텝을 밟는 것이 낫다”면서 “특히 트럼프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기회요인도 있다”고 강조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상호 관세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자동차 10%, 농산물 14∼15% 등 관세를 부과하는 유럽연합(EU)에 불만을 지속해 제기하고 있어 EU를 타깃으로 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FTA 미체결국 중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대만, 일본, 베트남 등이 한국보다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오랜 기간 한미 상호 관세를 철폐한 한국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미국이 EU산 자동차 관세를 상호관세까지 더해 현재의 2.5%에서 10%로 높이고, 한국에는 별도의 조치가 없다면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등 한국산 자동차가 독일 등 유럽산 자동차보다 상대적인 가격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미국발 글로벌 관세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박종원 산업부 통상차관보가 다음주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미 워싱턴 D.C를 찾아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 아웃리치(대외협력)를 전개할 방침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이달 마지막 주 미국을 찾을 예정이다. 안 장관은 조만간 미 의회 인준을 받을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가 취임하자마자 면담을 요청한 상태로 알려졌다. 또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도 제이미슨 그리어 USTR대표 인준이 마무리되면 미국행에 나설 예정이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