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서울살이 11년차인 회계사 김모(29) 씨는 지난 10년간 웬만한 작은 집은 다 살아봤다. 고향인 경남 마산을 떠나 서울에서 처음 자리잡은 곳은 학교 앞 고시원. 방은 비좁고 창도 없었지만, 월세는 무려 45만원이었다. 강의실까지 5분이면 닿는다는 게 유일한 장점이었다. 기숙사에서도 1년 반을 살았다. 군대에 다녀와선 다시 고시원과 원룸을 수차례 옮겨 다녔다. 월세는 늘 40만원에서 50만원 사이였다. 지금 살고 있는 구로구 도시형생활주택엔 은행서 빌린 전세금 1억원을 주고 들어갔다.
김 씨가 10년간 서울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이 1인 가구 규모는 부쩍 늘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1인 가구는 511만가구로 처음으로 500만을 돌파했다. 10년 전(317만가구)와 비교해 61.7% 가량 증가한 것.
만혼(晩婚)과 비혼(非婚)이 확산하며 혼자 지내는 청년층 늘었고 고령화에 독거노인도 증가했다.
통계를 보면 1인가구 연령분포는 청년층(20~39세)과 노년층(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작년 전체 1인 가구 가운데 청년가구와 노년가구가 차지하는 몫은 34.0% 수준으로 비등했다.
▶“여윳돈은 언감생심”=혼자 사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단연 주거비다. 매달 집주인에게 월세를 보내고 나면 쓸 수 있는 돈이 크게 줄어든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쪽에서 보수적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다.
박모(30) 씨는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전용면적 18㎡짜리 도시형생활주택에 살면서 50만원을 매달 월세와 관리비로 낸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일하는 그는 한 달에 200만원 남짓 번다. 수입의 4분의 1은 월급통장을 스쳐가는 셈이다. 식비(20만~30만원)와 통신ㆍ교통비(10만원 이상)도 고정적으로 나간다. 그나마 40만~50만원은 반드시 저축하려고 노력한다.
박 씨는 “정규직 아나운서를 준비하기 위해서 학원에 다니고 정장도 사면서 투자를 해야해서 늘 여윳돈이 부족하다”며 “주변에 경조사가 생기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리비도 아파트에 사는 4인 가구에 비해서 많다. 지난해 서울시가 관리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원룸의 1㎥당 평균 공용관리비는 4861원으로 아파트의 평균공용관리비(871원)의 5.58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5월 1인 가구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1인 가구 소비생활 실태 조사)를 벌였는데, 가장 많은응답자(37.8%)가 주거비를 가장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집주인 바뀌었는데, 통보 없어”=집주인-세입자 관계에서 1인 가구의 입지는 좁다. 임대차 관계에서 불합리한 조건에 있더라도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기도 어렵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세 들어 사는 신정훈(29) 씨는 최근 “집주인이 바뀌었으니 이쪽으로 월세 송금 바랍니다”라고 적힌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도 않았다. 애초 월세계약서를 썼던 중개사무실에서도, 새 집주인에게서도 상황 설명을 하지 않았다. 신 씨는 “부동산에 가서 물어보니 ‘아무 문제 없을테니 걱정 말라’는 말만 하더라”면서 “기존 계약서는 유효한지, 새 집주인의 채무관계는 어떤지 불안하고 궁금한데 속 시원히 알 길이 없다”고 했다.
혼자 지내는 최모(66ㆍ종로구 창신동) 씨는 23만원이던 월세가 지난달부터 2만원 올랐다는 통보를 받았다. 집주인이 바뀌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중개사무소에선 말했다.
1인 가구에게 제공되는 지원 프로그램은 현재로선 전무하다. 일부 저소득 독거노인들에겐 지자체가 일부 지원을 펼치는 게 전부다. 이 밖에 정부가 지자체가 마련한 주거복지 정책은 3~4인 가구 이상의 가족유형에 집중돼 있다.
서울시의회는 1인 가구 정책적 지원의 근거를 담은 조례를 마련해 지난 3월 공포했으나 정책적 결실이 나오진 않았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관계자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인 지원책은 아직 준비가 안 됐다. 필요한 부분은 내년 예산에 반영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움 받을 사람 없어”=외로움과 소외감도 1인 가구가 짊어진 짐이다. 고향인 전북 군산을 떠나 서울서 3개월째 살고 있는 박솔잎(26) 씨는 “아무래도 타지 살이라서 외로움이 크고, 집 주변이 오래된 주택가라 치안도 걱정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6월 내놓은 ‘2016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선 이와 관련한 문항이 있다. ‘몸이 아플 때 보살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인 가구는 82.6%가 ‘있다’고 했지만, 1인 가구는 61.9%에 그쳤다.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 빌려줄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1인 가구는 49.9%로 다인 가구 62.4%보다 낮았다.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1인 가구 응답자도 다인가구에 견줘 차이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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