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급식업계 2위 아워홈, 한화그룹 업고 1위 노릴 듯

김동선 역점사업 ‘푸드테크’ 본격화…주방 자동화 과제

주방 자동화 현실적 어려움·낮은 사업 확장성은 한계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한화갤러리아 제공]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한화갤러리아 제공]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아워홈 인수를 추진 중인 한화그룹이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에게 입장을 요구한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아워홈 매각을 반대하는 구 전 부회장이 법정 공방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넷째인 구 전 부회장 측에 지분 동반 매각을 제안했다. 답변 기한은 오는 23일이다. 다만 구 전 부회장 측은 이번 매각에 반대하고 있어 지분 매각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의 아워홈 인수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계열사인 한화비전은 아워홈 지분 57.84%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크레딧솔루션도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고 있다. 인수 대상은 1대 주주이자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 지분 38.6%, 장녀 구미현 회장 지분 19.3%다. 한화는 주당 6만5000원을 인수가로, 약 8600억원을 제안했다. 다음 달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다.

구지은 전 부회장이 매각에 끝까지 반대할 가능성을 고려해 한화는 구본성 전 부회장 측 지분을 먼저 사들인 뒤 유상증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가 유상증자를 실행하면 구지은 전 부회장의 지분(20.67%)을 확보하지 못해도 구 전 부회장 측의 지분을 희석할 수 있다. 구 전 부회장은 어펄마캐피탈 등 재무적 투자자와 손잡고 막판 반격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사모펀드에 단체급식·식자재 부문인 푸디스트를 매각했던 한화가 단체급식 시장에 재진출하는 이유는 단체급식업이 ‘알짜’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현금 창출력이 높은 사업을 중심으로 부진한 백화점 매출을 극복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업계는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외식물가 상승으로 구내식당 이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2조3040억원의 매출을, 현대그린푸드는 같은 기간 누적 매출 1조7034억원을 달성하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아워홈은 단체급식 시장에서 삼성웰스토리에 이어 점유율 2위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850여 개 사업장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중국, 폴란드, 베트남, 멕시코 등 해외 5개국에도 진출했다. 미국에서는 기내식 사업도 운영 중이다.

아워홈 동서울물류센터 오토 소터. [아워홈 제공]
아워홈 동서울물류센터 오토 소터. [아워홈 제공]

한화가 아워홈을 품게 되면 단체급식 업계의 순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푸드테크를 기반으로 한 주방 자동화 전략이 비용 절감과 수익성 극대화의 ‘키’로 꼽힌다.

한화는 한화로보틱스의 제조 로봇을 아워홈 고객사의 급식 업장에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푸드테크는 김 부사장의 역점 사업이다. 김 부사장의 주도로 한화푸드테크는 지난해 2월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음료 제조 전문업체 퓨어플러스도 인수했다. 퓨어플러스는 알로에와 숙취 해소 음료 등을 주로 만드는 업체다. 장기적으로 한화도 자체 식음료 브랜드를 런칭해 F&B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주방 자동화는 단체급식 업계에 풀리지 않는 과제다. 영업이익률이 1~2% 수준으로 낮은 업계에서 조리 로봇 도입은 수익성 개선 방안 중 하나다. 인력난 해결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지만, R&D(연구·개발) 비용이 커 진입장벽이 높다.

현재 삼성웰스토리만 조리 로봇을 현장에 도입한 상황이다. 삼성웰스토리는 2019년 담당 부서인 ‘이노베이션 랩’을 신설하고 조리용 로봇을 사업장 2곳에서 운영 중이다. 올해 추가로 2곳에 도입할 계획이지만, 일반 사업장이 아닌 관계사다. 단체급식 업체가 들어설 때 조리 시설을 자체 구축해야 한다는 점, 식단이 매일 바뀌어 조리법 또한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식당이라면 메뉴가 정해져 있어 조리 로봇을 들이기 쉽지만, 단체급식은 매일 다른 식재료를 사용해 조리법이 바뀐다”며 “업계에서도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으나 현장에 적용하거나 확대한다고 말하기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했다.

단체급식의 사업 확장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한계다.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상위 5개 업체가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과점 시장이다. 계열사나 친족 기업의 단체급식 수의계약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업계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