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총재는 경기만 보면 금리인하가 맞지만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너무 높아 ‘숨고르기’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환율이 30원 정도 펀더멘털에 비해 더 오른 걸로 분석된다”고 했다. 또 “오늘(16일) 환율 하락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발표에 따라 달러 인덱스가 내린 것도 있지만, 어제 일어난 일(윤석열 대통령 체포)까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체포 사태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프로세스가 정상화될지에 경제 안정 여부가 달려 있다”고 했다. 자신의 말이 오로지 경제적 관점에 따른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정치 불확실성의 조속한 제거가 환율 안정과 내수 진작, 경제성장, 대외 신인도 유지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처방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금리인하 이후 가장 큰 여건 변화는 비상계엄 사태에서 촉발된 정치적 리스크 확대였다”며 “소비·건설경기 등 내수 지표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작년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정치적 변화가 환율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며 계엄 전후 1400원에서 1470원으로 오른 환율에서 50원 정도는 세계 공통 달러 강세 효과로, 나머지 상승분에 대해선 정치적 영향에 따른 것으로 설명했다. 계엄 직후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직후에는 정치적 요인으로 인한 상승분이 50원, 60원까지도 됐다는 게 이 총재의 얘기다.

경제 숨통을 틔워줄 금리인하 카드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고환율 때문에 막혀 버린 것이다. 이 총재는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을 우려하며 관건은 정치적 프로세스라고 했다. 이 총재는 “윤 대통령 체포를 계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감소하기를 바란다”며 “과거와 같이 질서 있게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정책은 정상적으로 집행될 것이라는 얘기를 해외에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추가경정예산을 지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전 국민이 아닌 어려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여야는 더 이상 수사기관과 헌재를 흔들어선 안된다. 여당은 계엄 변호와 윤 대통령 방어를 그만둬야 한다. 야당은 정쟁 입법과 일방적 국회운영을 멈춰야 한다. 여당이 회의적인 추경은 긍정하고, 야당이 밀어붙이는 전국민지원금은 반대하는 이 총재 뜻을 현명히 헤아려야 한다. “여·야·정 협의회에서도 경제와 정치를 투트랙으로 나눠 경제 정책이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을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