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서상범 기자]럭셔리 자동차 회사들의 자존심. 바로 최고의 성능과 기술이 집약된 플래그십(FLAGSHIP) 모델입니다.
용어 자체가 해군 함정들 가운데 지휘관이 사용하는 배를 뜻하며 회사의 라인업 중 최고의 모델을 뜻하죠. 대부분 세단형 모델이니만큼 흔히들 회장님 차라고도 불립니다.
다시 이를 강조하는 용어가 쇼퍼드리븐인데요. 운전기사를 의미하는 쇼퍼(Chauffeur)가 운전을 하며 차량 소유자는 뒷자리에 앉아 편하게 타는 것을 말합니다. 대비되는 용어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오너 드리븐’입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플래그십 모델들은 전자(前者)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운전의 재미를 강조하는 거친 드라이빙보다는 얼마나 편안하고, 안정감있는 주행성과 정숙성을 보여주느냐가 화두였죠.
대표적인 모델인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7시리즈, 재규어 XJ 등을 수식하는 단어가 요트같은 주행성능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런 회장님들 차가 변하고 있습니다. 단정한 신사가 아닌 거칠고 폭발적인 주행성을 강조하는 고성능 오너 드리븐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 12일 BMW는 M760i X드라이브라는 차를 공개했습니다. 이 차를 주목해야 하는 점은 7시리즈에 고성능을 상징하는 M 뱃지를 처음으로 부여했다는 점입니다.
웅장한 전면부 흡기구와 20인치 전용 타이어가 인상적인 이 차의 성능은 거의 슈퍼카 수준입니다. 12기통 6.6리터 트윈파워터보 엔진이 내는 힘은 최고 600마력,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3.9초에 불과합니다.
크롬으로 장식된 총 4개의 배기구는 BMW의 고성능 모델 M의 DNA를 그대로 보여주죠. 하지만 아쉽게도 이 차는 BMW의 고성능디비전인 M의 모델은 아닙니다. M5이나 M3 등이 설계단계에서부터 특화된 엔진 등을 통해 완벽하게 다른 차로 불리는 것과는 다르죠.
때문에 일각에서 BMW가 M7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기존 7시리즈에 M을 덧붙이는데 그쳤다는 한탄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기존의 7시리즈와는 포지션이 다른 맹수가 탄생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BMW 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플래그십 세단 부문에서 소비자들은 갈수록 고성능을 요구하고 있다”며 “BMW가 주창하는 가치인 ‘운전의 즐거움’을 더욱 극대화한 모델”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고성능 플래그십 세단의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BMW가 M760i X드라이브의 경쟁상대로 지목한 메르세데스 벤츠 S63 AMG의 경우 쿠페 모델을 합쳐 2014년 392대였던 판매량은 지난해 578대로 껑충 뛰었습니다.
대당 약 2억원이 넘는 초고가모델임을 감안했을 때, 이정도 판매량 증가는 의미있는 수준입니다. 뿐만 아니라 벤틀리의 고성능 모델인 컨티넨탈 GT V8 역시 2014년 73대였던 판매량은 지난해 100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아우디의 RS7 역시 매년 100대에 가까운 판매수치를 기록하고 있고, 마세라티는 우리나라에서 역대 최고의 판매기록을 매년 갱신하면서 고성능 세단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BMW의 도전 역시 이런 고성능 세단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고성능 플래그십 세단 선호 현상의 원인으로는 단순히 가장 비싼 모델, 가장 성능이 좋은 모델을 타겠다는 소비자가 아닌, 운전의 즐거움을 남에게(운전기사) 맡기지 않고, 자신이 즐기겠다는 소비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실제 독일 3사를 비롯해, 포르쉐, 재규어 등이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드라이빙 스쿨에는 수백만원의 돈을 지불하고 운전을 배우는 이들로 매년 자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운전대를 맡기고, 뒷자리에 편안히 앉는 것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아닌, 거친 엔진음을 즐기며 드라이빙을 취미로 삼는 소비자가 더욱 늘면서, 이들을 향한 자동차 회사들의 거침없는 기술경쟁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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