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정진영 기자] ▶프롬(Fromm) ‘꿈속을 헤매다’= “먼 하늘 끝없는 밤을 난/찬 바람 서늘한 손을 난/아무리 걸어도/아무리 멀게 뻗어도/I’m Telling You/I’m Telling You Now”
구름처럼 부유하는 목소리와 특유의 몽환적인 편곡과 멜로디. 싱어송라이터 프롬은 남들이 부르면 평범하게 들릴 것만 같은 음악도 특별하게 들리게 만드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드라마 OST는 매주 발표되는 수많은 곡들 중에서도 가장 뻔한 음악을 들려주죠. 매주 새롭게 발표되는 수많은 곡들을 거의 다 챙겨듣는 기자의 입장에선 OST는 공해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런 OST조차도 프롬의 손을 거치면 개성적인 음악으로 탄생합니다. OCN 일요드라마 ‘처용2’의 OST인 ‘꿈속을 헤매다’에선 프롬의 전매특허인 공간감과 아날로그 질감이 잘 살아있습니다. 이는 프롬이 작사ㆍ작곡ㆍ편곡에 프로듀싱까지 맡아 고집스럽게 곡을 만들어나간 덕분이겠죠. 그런 곡의 분위기를 확 깨게 만드는 뻔하디 뻔한 OST 풍 조잡한 재킷은 옥에 티.
▶스윗소로우 ‘아현동’= “수업이 끝나면 버스를 타고/다음 내리실 역은 굴레방다리/북적이는 시장 길을 지나면/어느새 익숙한 골목 냄새/감나무는 본 적 없지만/참 향기로운 이름 감골길/빛 바랜 비디오시티 포스터/그게 무슨 영화였더라”
노래로부터 감동을 받는 경로는 저마다 다를 테지만, 가장 오래 감동을 받는 경우는 역시 가사에 공감했을 때 아닌가 싶습니다. 누구나 정도는 달라도 무언가에 몰입해 본 경험을 한 번쯤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런 경험을 함께 했던 공간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장소이겠죠.
이 곡은 멤버들이 아현동의 오래된 가정집 반지하를 월세로 얻어 곡 작업을 시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진솔한 가사로 청자의 소중했던 기억과 공간을 일깨웁니다. 되살려낸 좋은 기억은 앞으로 다시 나아가는데 큰 힘이 되곤 하죠. 혹시 초심을 잊은 것 같거든 이 곡의 가사에 귀 기울여 보시죠. 꽤 괜찮은 피로회복제가 될 겁니다.
※ 살짝 추천 싱글
▶ 히카(HEECA) ‘피스트(Pissed)’= 서정과 격정을 오가는 리듬, 복잡한 질투의 감정을 세련시켜 풀어내는 감각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 꼭 춤을 춰야만 일렉트로닉인가? 이 정도 가볍게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데
▶ 블루아일리즈(Blue Eyelids) ‘에어혼(Airhorn)’= 맑은 울림으로 공간을 확보하는 기타 연주와 프로그레시브 록을 연상케 하는 다채로운 구성. 별이 가득한 청명한 가을하늘을 닮은 곡.
▶ 넬(Nell) ‘스타 셸(Star Shell)’= 신곡이 나올 때마다 “변했다”는 소리를 들어도 클래스가 어딜 가겠나. 우울한 넬도 좋지만 이렇게 희망적인 넬도 즐겁다.
▶ 데일리노트 ‘여행’= 절정 없어 물처럼 흐르지만, 귀를 기울여 듣다보면 어느새 곡은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여행을 주제로 다룬 곡들은 많지만 그 정취를 잘 살려내긴 힘든데, 이 곡은 음악만으로도 잠시나마 여행을 떠나는 설렘을 느끼게 만든다.
▶ 정곤 ‘라이트 오브 마이 라이프(Light of My Life)’= 뻔한 듯해도 듣다보면 어느새 빠져드는 멜로디와 감미로운 목소리. 식상한 표현이지만 가을에 잘 어울리는 재즈 풍의 발라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