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단골 소재로 쓰이던 인공 지능(AI)이 점점 우리 일상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인간과 대화하는 로봇을 비롯해 1분 만에 1000자 분량의 경제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 바흐를 따라잡는 작곡 실력을 자랑하는 로봇, 주방에서 요리하는 로봇 등이 등장하고 있는 건데요. 2015년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어디까지 와있는 걸까요?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영화 속 허구적인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킬러 로봇 =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전투용 로봇이라면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T-800이 떠오릅니다. 인간 저항군의 지도자 존 코너의 어머니인 사라 코너를 죽이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로봇 군단 스카이넷의 T-800. 금속으로 된 내골격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피부와 유사한 생체 조직을 갖고 있는 로봇입니다. 땀과 체취까지 인간과 유사해 인간의 눈으로는 구별할 수도 없죠.
영화 속 T-800과는 다른 접근이지만, 미국 국방고등연구원(DARPA)은 인간의 능력 자체를 증강시키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AI가 아닌 IA(Intelligence Augmentation ㆍ지능 확장)라는 개념에 집중하고 있는 건데요. IA는 복잡한 맥락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간’을 판단의 주체로 인정하고 기계적 장치나 알고리즘 등 인간의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증강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구현된 기술로는 ‘직접신경 인터페이스(DNI)’가 대표적입니다. 인간 뇌의 시각 피질을 통해 직접 시각 이미지를 주입하는 기술이죠. 이 기술이 구현되면 외부 디스플레이 기기가 없어도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 전지(全知)한 로봇 = 인간의 지능을 구현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자동화’되면 인간과 분리된 시스템으로의 인공지능이 등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아더 클라크의 공상 과학 소설 ‘2001 오딧세이’에 등장하는 HAL9000이 이러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산물이지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로 재구성된 이 소설의 HAL9000은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인간의 모양을 보고 누구인지 알아내는 감각 인지능력을 갖췄습니다. 이 로봇은 예술품을 감상하는 정서적인 능력과 인간과 체스를 두고 이길 수 있는 지적인 능력도 지니고 있지요.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항하며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능력도 있습니다. HAL9000은 미래 인공지능의 향방에 대해 수많은 상상력을 제공하게 됩니다.
소설 속 HAL9000과 가장 닮은 인공지능 로봇으로 BBC는 단연 IBM의 슈퍼컴퓨터인 왓슨(Watson) 시스템을 꼽았는데요. 2011년 2월 미국 인기 TV 프로그램 ‘제퍼디(Jeopardy!)’ 퀴즈쇼에서 전설적인 퀴즈왕들을 물리치고 최종 우승한 로봇입니다.
▶ 도움을 주는 로봇 = 영화 ‘스타 워즈’에 등장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C-3PO은 인간을 주인으로 섬기며 600만 종에 달하는 언어로 유창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습니다. 예의와 관습에 맞게 행동할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를 포용할 줄 아는 로봇이지요.
영화 속 C-3PO와 같은 로봇 개발 연구는 현실에서도 이미 한창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로봇이 소프트뱅크의 감성인식 로봇 페퍼인데요. 페퍼는 C-3PO처럼 사람 표정이나 목소리로 감성을 추측하고 스스로 희로애락을 느끼며 소통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간단한 대화도 나눌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시장에 첫선을 보인 페퍼는 세 차례에 걸친 판매에서 1분 만에 1000대가 매진된 바 있죠. 각 가정에 로봇이 한 대씩 있는 세상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 청소하는 로봇 = 월트 디즈니와 픽사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월-E는 텅빈 지구에 홀로 남아 수백 년이란 시간을 외롭게 일만 하며 보내는 로봇입니다. 잡동사니 수집만이 낙이던 월-E는 정말 사랑스러운 로봇이지요.
월-E 만큼 귀엽지는 않지만 실제로 번거로운 집안 청소를 알아서 척척 해주는 로봇 청소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미국 MIT 인공지능연구소 과학자들이 세운 아이로봇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청소기 룸바(Roomba)입니다.
이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