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정국으로 대통령실 기능이 사실상 정지되면서 경제는 물론 당면한 외교·안보 현안 대응도 허술해지지 않을까 우려스런 국면이다. 북한이 올 들어 처음으로 6일 동해 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도 이런 불안감을 키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 출범(20일)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한국의 혼미한 정국을 노려 대북 대비 태세를 떠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인 2016년 말~2017년 초에도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 미사일 등을 시험발사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시급한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보좌를 받기는 커녕 배척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이 틈을 파고드는 북한의 도발이 더 거세질 공산이 크다. 때맞춰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빈틈없는 연합방위태세를 강조하며 한미동맹에 어떠한 공백도 없음을 재확인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안보상황이 위중한 가운데 최 대행이 6일 외교통상 협의체 가동에 들어갔다. 매주 경제·외교·산업 부처 수장이 머리를 맞대 긴급한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불확실성 타개에 전력을 쏟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이 2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라 한참 늦은 감이 있지만 예상치 못한 정치적 격변에 어쩔 수 없었던 점도 이해가 된다. 이제라도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한 대대적 보복관세 카드를 들이밀 트럼프 2기의 파고를 넘을 효율적·실용적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한미 외교장관 회담 전 최 대행을 만나 “최 대행 체제의 리더십을 완전히 신뢰한다”고 했지만 덕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트럼프 2기는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우방에도 공세적 통상 정책을 펼칠 것을 상수로 두고 관세, 환율, 반도체·자동차등 경제 전반의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경제안보를 둘러싼 총제적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원팀으로 총력을 쏟아야 한다. 특히 민간의 대표 주자인 기업이 나설 수 밖에 없다. 1998년 외환 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등을 거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재탄생한 우리 대기업들이 구축한 외교력과 정보력을 적극 가동해야 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한국 정부와 정치권 누구도 하지 못한 트럼프 당선자와의 면담을 성사시킨 것처럼 ‘기업 대사’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인 일론 머스크와의 협상도 우리 기업들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mh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