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 혼잡한 축의금 접수대 근처를 서성이는 두 남자가 있었다. 익숙한 솜씨로 한 명이 접수관계자의 시야를 가리는 사이 나머지 한 명은 재빠르게 봉투를 품 안에 챙겨넣었다. 그렇게 훔친 축의금은 70만원. 주변 사람들은 혼잡한 분위기 속에서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두 남자의 정체는 축의금 전문 절도범. A(71) 씨와 B(66) 씨는 각각 절도 전과 10범, 20범에 달하는 상습 절도범이었다. 원래 각각 결혼식장 축의금 절도를 하던 이들은 종종 같은 예식장에서 마주치는 등 얼굴을 익혔고 아예 함께 범행을 저지르기로 했다. 속칭 바람잡이(축의금 접수 관계자의 시야를 가리는 역할), 기계(축의금 봉투를 받아 가로채는 역할)로 각각 역할을 나누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9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수도권 일대 예식장 8곳에서 720 만원의 축의금을 훔쳤다.

서울수서경찰서는 수도권 일대 예식장을 돌아다니며 축의금을 훔친 A 씨등 2명을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예식장에서 90만원 상당의 축의금을 훔친 C(55)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팀을 이뤄 범행을 저지른 A씨 일당과 달리 C 씨는 단독으로 축의금 절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 모두 전문 축의금 절도범으로 혼주의 일가친척을 가장해 접수대 주위를 서성이다 하객들의 축의금 봉투를 중간에 가로채 챙기는 동일한 수법을 보였다고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예식장 축의금 절도는 방명록에 기재하기 전 돈 봉투를 훔칠 경우 혼주 측에서 돈이 없어졌는지 그 자체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범행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축의금 접수시 3명 이상의 외가, 친가, 친구 등 여러 쪽의 지인이 함께해 가능한 하객들의 얼굴을 파악하고, 식권 나누어 주는 사람, 방명록 기재하는 사람, 돈 세는 사람으로 일을 세분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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