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2012년을 떠나보내는 통과의례, ‘송년회 릴레이’ 절정기이다. 12월 한 달 간, 일주일에 2~3번 송년회를 하다보니 건배사도 바닥이 날 지경인데, 한 주류회사의 조사를 보니 ‘너나 잘 해’가 1위에 올랐다고 한다. ‘너와 나의 잘 나가는 새해를 위해’의 줄임말이다.
‘스마일’(스쳐도 웃고, 마주쳐도 웃고, 일부러라도 웃자), ‘파란만장’(파란색 1만장이면 1억원이 된다), ‘오바마’(오직 바라는 대로 마음 먹은 대로) 등도 인기 건배사에 들었다.
시중 건배사의 옥석을 가려보자. ‘탈 권위’, ‘대탕평’이 다시 주목받는 만큼 ‘개나리’도 괜찮겠다. ‘계급장 떼고 나이를 잊고, 릴렉스하게’라는 탈 권위, 이모-삼촌 리더십이다.
선창후답 식이라면 ‘막걸리처럼~익어가자’, ‘넉넉하게~품자’ 등이 대선 때문에 생긴 두갈래 마음을 이어줄 만 하다. “올파!”는 골프모임 신년회에 어울리겠다. ‘올해에도 파이팅’이라는 뜻이다.
유럽발 경제위기 등 예상치도 못한 외생변수가 우리를 힘들게 할 수도 있으니 ‘삼고~초려’도 메시지 있는 건배사이다. “쓰리고 할 때는 초단을 조심하자‘는 뜻으로 신중함을 강조한다.
검소하고 절제된 송년회가 대세이므로 ‘초가집’(초지일관 여기서 놀다, 가자, 집으로) ‘마돈나’(마시고, 돈내고, 나가자), ‘원더걸스’(원하는 만큼, 더도 덜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도 의미있다.
전통적으로 흥을 돋울 때 외치는 ‘지화자’는 현대 사회에서도 많이 쓰였지만, 최근들어 ‘지금부터 화끈한 자리를 위하여’라는 억지로 꿰맞춘 말이 대중화됐다. 그래도 이 말을 듣는 순간 기분 좋아지는 효과는 여전하다.
몇몇 건배사는 뜻은 좋은데 분위기가 마음먹은 만큼 살아나지 않을 수도 있다. 구시대 느낌이 들거나 참석자들을 오글거리게 하는 건배사의 예로는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나가자’(나라를 위해, 가정을 위해, 자신을 위해), 선-후창 식 ‘우리는~하나다’ 등이 있다. 그래도 ‘통통통’(만사형통 운수대통 의사소통), ‘소화제’(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다)는 시대정신에 부합한다.
출시 된지 오래된 건배사는 지루함을 줄 수도 있지만, 신조어 건배사 문화에 익숙치 않은 그룹이라면 여전히 쓸 만 하다. ‘고사리’(고마워요 사랑해요 이해해요), ‘당신멋져’(당당하고 신나고 멋지게 져주며 살자),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누자), ‘소나무’(소중한 나눔의 무한 행복을 위하여), ‘오징어’(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 등은 출시된지 2~5년 된 것이다.
다만 좀 오래된 것이라도 ‘해당화’(해가 바뀌어도 당당하고 화려하게), ‘껄껄껄’(참을껄, 베풀걸, 즐길걸)은 연말연시에 맞고, ‘사랑은~ (더하고), 미움은~ (빼고), 행복은~ (곱하고), 우정은~ (나누자)’는 선창후답 건배사 역시 의미가 좋아 지금도 통용될 수 있다.
절대 쓰지 말아야 할 건배사는 술의 노예가 될 것 같은 ‘단무지’(단순하게, 무식하게, 지금을 즐기자), ‘거시기’(거절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기쁘게), ‘마징가’(마시자 징하게 갈때까지) 등과 풍속을 저해하는 ‘여필종부’(여자는 필히 종부세를 내는 자와 결혼하라) 등이다. 속어 처럼 제조됐기에 잘못 패러디했다간 의미 없는 장난이 될수도 있고, 웃자고 한 건배사가 주먹을 부를 수도 있다. 건배사 ‘삼고~초려’처럼 참석자들의 면면을 한번쯤 둘러보는 여유를 가진 뒤 멋지고 의미있게 외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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