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베어베터(BEAR.BETTER)는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서울 성수동 아파트형 공장에서 수십명의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이진희(47ㆍ사진) 베어베터 대표이사를 만났다. 40여평의 사무실에는 지적장애인과 발달장애인들이 열심히 명함을 정리하고 소책자에 구멍을 뚫고 있었다.

이 대표는 “회사이름이 베어베터라고 지은 것은 곰처럼 순수한 발달장애인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곧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베어베터는 ‘BEAR MAKES THE WORLD BETTER’의 줄임말이다. 마침 공동대표인 김정호 대표이사의 별명도 ‘곰아저씨’이다.

이 회사는 말그대로 발달장애인 고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때문에 업무의 높은 생산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통상 비장애인 1명이 할 수 있는 일을 5명의 장애인이 분업으로 진행한다. 한 권의 소형 책자를 만드는 데 있어 종이 커버를 올리고 그 위에 비닐 커버를 씌우고 구멍을 뚫고 고리를 끼우는 작업을 한명씩 나눠서 하는 식이다. 이 대표는 “장애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작업이 있으면, 일단 일을 나누어서 쉽게 할 수 있게끔 한다”고 말했다. 업무에 직원을 맞춰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에 맞춰 적절하게 업무를 나누는 셈이다.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3급 이상의 중증 장애로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지체장애인의 경우 사무 업무를 이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정신장애나 자폐장애의 경우 쉽지 않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2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일반 회사에서 소화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이 대표가 NHN을 떠나 지금 자리에 이른 것은 자폐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 영향이 컸다. 이 대표의 아들이 정상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4층 높이의 교실에서 뛰어내려라는 학교 친구들의 장난에 직접 뛰어내리려고 했다는 것. 그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외부 환경과 소통하는데 있어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사회 일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새롭게 시작한 사업이 아직 적자 상태이지만, 이 대표의 꿈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다름아닌 연계고용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형 회계법인과 같이 장애인 고용이 어려운 회사가 베어베터와 같은 장애인표준사업장에 매출 기여를 할 경우 장애인고용분담금의 일부를 면제해주는 것으로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베어베터로서는 매우 유용한 제도이다. 이 대표는 “원두커피 사업 등 다양한 기업 소모품을 판매해 연계고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전국에 있는 발달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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