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에 끈묶고 강물로 들어가 80대노모·우울증 딸 동반자살
모녀는 끝까지 서로 부둥켜안은 두 손을 놓지 않았다. 지난 19일 이후 돌연 가족들 앞에서 모습을 감췄던 80세 노모 A 씨와 42세 딸 B 씨. 24일 이들은 서로 허리를 끈으로 묶고 어깨를 부둥켜안은 채 싸늘한 주검으로 서울 여의도 한강사업본부 인근 선착장에서 발견됐다. 20~23일 사이 익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녀의 시신은 발견 당시 이미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고, 팔 모양은 서로를 껴안은 상태 그대로 경직돼 있었다.
27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모녀는 애초 사망 원인이 투신으로 추정됐지만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폐에서 다수의 플랑크톤이 나온 점 등을 바탕으로 이들이 스스로 한강에 입수해 익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서로를 부둥켜안은 모양으로 발견됐는데 이러한 자세로 투신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서강대교나 마포대교 인근 둔치에서 서로 허리를 묶고 껴안은 채 물로 걸어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딸 6명을 두고 있는 A 씨는 28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막내딸 B 씨와 단둘이 살았다. 대학졸업 후 이렇다 할 직업 없이 결혼도 하지 않고 있던 B 씨는 심각한 우울증까지 앓고 있었다. 노모는 다른 딸들이 십시일반 보내오는 생활비를 바탕으로 딸을 돌봤지만 가정형편은 그리 좋지 못했다. B 씨는 우울증이 심해져 가끔씩 정신 발작 등 돌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약 처방까지 받아 복용 중이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못했다.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사건을 담당한 한 경찰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딸이 안타까워 노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모녀의 시신은 현재 국과수 부검을 끝내고 서울 영등포병원에 안치됐지만 27일 오전 현재까지 빈소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시신은 도착했지만 유족들이 빈소 마련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아직 장례는 치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