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안상미 기자]고성장에 기댄 그간의 자산관리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계속되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끝이 보이지 않는 유럽 재정불안은 저성장ㆍ저금리 기조에 적응할 때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저성장 국면에 저금리, 저환율까지 겹치면서 수중에 돈만 있으면 ‘대박’이 가능했던 시기는 막을 내렸다. 고령화시대 역시 새로운 자산관리 전략을 요구한다. ‘3低 1高’ 시대를 맞아 자산관리 패러다임의 큰 변화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투자시계를 둘러싼 환경들이 변했다. 실질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부동산시장은 물론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이에 다양한 투자처를 찾아내고 손실위험은 최소화할 수 있는 자산관리의 필요성이 어느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新 ‘3低+1高’ 시대=국내 투자자들이 익숙해져있던 3저 시대는 저금리, 저환율, 저유가 였다. 3저 호황에 경제성장률이 최고 9%를 넘는 고성장 시대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3저 시대가 열렸다. 저금리, 저환율, 저성장이다.
올 3분기 국내 GDP 성장률은 1.6%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이 1% 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2003년 카드사태 이후로는 처음이다.
신동석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불안은 신용팽창에 의한 세계 경제의 성장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생산가능인구 정체까지 감안하면 장기성장률은 1%대로 하락이 불가피해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경기둔화가 예고되다 보니 증시도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00선을 고점으로 연초 이후로 크게 보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 성장률이 단기간에 높아지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경제 성장률이 구조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면 향후 반등이 있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평균수명은 더 길어지는 고령화가 겹쳐지면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내 돈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시중 자금은 많지만 투자처는 마땅치 않고, 그때그때 유행처럼 주가연계증권(ELS)나 해외채권으로 돈이 몰리기 일쑤다.
▶저성장 시대 키워드 ‘자산관리’=투자환경이 변한 만큼 투자자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 단순히 금융상품이나 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하는 수준을 넘어 생애주기에 걸친 자산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란 얘기다.
변신을 꾀하기는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저성장으로 인한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는 주식시장과 증권사에 부담이다.
이미 증시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익 악화로 고전하는 증권사에게 자산관리 부문 강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 됐다. 최근 시장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금융상품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원재웅 동양증권 연구원은 “절세상품이나 은행 금리 초과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들은 경기 불황 속에서도 투자자의 관심이 계속 늘고 있다”면서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수료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자산관리 시장의 성장세는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먼저 저성장기를 맞았던 일본을 봐도 답은 자산관리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거래대금 침체가 장기화되면 증권사의 구조적인 변화에 대한 필요성은 점차 커질 것”이라며 “버블경제 붕괴로 장기 침체를 경험한 일본의 경우 생존한 증권사는 자산관리형 모델로 정착하거나 특화 비즈니스 모델로 차별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탄탄한 프라이빗뱅킹(PB) 조직을 바탕으로 자산관리 부문에 있어서는 한발 앞선 상황이다. 자산관리 대중화로 한때 증권업계 최초로 지점 예탁 자산이 10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며, 올 들어서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은퇴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퇴 후 자산관리를 계획할 수 있는 컨설팅 프로그램인 ‘부부 은퇴학교’는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우리투자증권은 ‘100세시대’를 위한 자산관리 전략을 내세웠다. 행복한 100세시대를 준비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9월 100세시대 연구소가 설립됐으며, 장수 리스크에 대비한 노후 준비에 중점을 두고 고객 성향과 연령대에 맞는 투자 가이드 ‘100세시대 어카운트’도 내놨다.
미래에셋증권은 이전부터 브로커리지보다는 펀드 등 금융상품에 집중해왔다. 이 강점을 살리면서 글로벌 상품 개발과 투자자들의 은퇴 관리 서비스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증권은 지난달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산관리 대형점포(WMC) 4개 지점을 동시에 열고 자산관리 영업을 본격화했다. WMC를 지역별 자산관리 거점으로 삼고, 전문 PB 인력을 대폭 확충해 1대 1 자산컨설팅은 물론 광역 상권의 고액자산가 및 법인 고객에 대한 체계적인 마케팅을 강화한다.
동양증권은 업계 최대 CMA 고객 보유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자산관리 중심으로의 영업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 중이다. 올 초 새롭게 재단장한 ‘W솔루션’은 고객이 희망하는 은퇴 유형과 생활 수준에 따른 요구 사항을 분석해 30여종의 맞춤형 은퇴 후 자산관리계획을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