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전시회…이현혜 梨大 총무부처장
화가 꿈 끝내 못접고 틈틈이 작업 수익은 네팔 여성 돕기에 쓸 예정
화가를 꿈꾸던 여고생이 대학입시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을 맛봤다. 재수를 하며 꿈과 현실의 괴리가 생겼다. 결국 미대 대신 법대에 진학했다. 화가의 꿈은 조금씩 멀어졌다. 법대를 졸업하고 시민단체 생활을 거쳐 1982년 모교의 교직원으로 취직했다. 30년 동안 일에 충실했다. 그 결과, ‘이화여대 최초 교직원 출신 전임 부처장’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삶, 하지만 이현혜<사진> 이화여대 총무부처장의 마음 한쪽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이 있다. 마음속은 늘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시끄러웠다. 잊은 줄 알았던 화가의 꿈이 예고도 없이 마음을 뒤흔들 때면 당황이 되기도 했다.
돌아보니 280여점의 그림이 집 안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었다. 사회생활 30년 동안 세상에 상처받거나 원인 모를 헛헛함을 느낄 때면 취미 삼아 끄적이던 그림들이 어느새 수백점이 됐다. 그림 속에는 그가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타인에게 절대 내보이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감정들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초기 작품에 나무 밑에 누워서 떨어지는 감을 받아먹는 모습, 집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엎어져 있는 모습 등이 담겨 있는데, 사실 그게 내 모습이었어요. 권태로움을 느끼면서도 도전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거든요.”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1992), ‘한밤중에 머리를 감다’(1991), ‘작은 나’(2008) 등의 작품에도 지난 세월 일상의 순간 속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솔직히 담겨 있다.
그림을 통해 자신을 조명하다 보니 어느새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이 부처장에겐 ‘힐링’의 시간이 됐다.
이 부처장은 “돌아보니 전쟁터 같은 삶 속에서 그림이 힐링이 됐던 것 같아요. 물론 그림은 내게 첫 실패를 안겨준 트라우마이기도 하고, 실력 부족으로 스트레스도 받지만 일상의 상처를 아물게 해줬어요”라고 말했다.
이 부처장은 주변의 권유로 지난 5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이화여대 ECC 조호윤갤러리에서 ‘하루 하루 또 하루’라는 제목으로 생애 첫 전시회를 하고 있다. 280여개의 작품 중 45개의 작품을 엄선했다. 이번 전시회 수익 중 일부는 네팔 여성을 돕는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그는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운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이제는 인생의 중심을 조금씩 일에서 그림으로 옮기려고요. 그림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제2의 삶도 꿈꾸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