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통상 조직 내부의 비리는 대외적으로 밝혀지기 어렵다. 내부자가 공익을 목적으로 고발하지 않는 이상 ‘대외비’에 머물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에서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내부고발제도가 운영 중이지만, 고발자에 대한 보복성 징계를 차단하지 않는 이상 실효적인 제도 운영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란 조직구성원이 조직 내부의 비리나 불법행위ㆍ부당행위 등을 대외적으로 폭로하는 행위를 이른다.
내부고발자의 비리 폭로에 대해 조직은 통상 방어적ㆍ보복적 대응을 하기 마련이다. 기업의 경우 내부고발자에게 부당한 배치 전환, 인사상 불이익, 퇴직이나 해임 등의 보복을 가하기도 한다. 따라서 내부고발자를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
한국도 2002년 부패방지위원회를 설치해 부패행위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신고자에 대한 보호ㆍ보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부패방지및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 62조 1항은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른 신고나 이와 관련한 진술 그 밖에 자료 제출 등을 한 이유로 소속기관ㆍ단체ㆍ기업 등으로부터 징계조치 등 어떠한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지난해 9월에 제정된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및 공정한 경쟁을 침해하는 행위를 공익침해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민간 차원의 신고를 장려하고 신고자를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례를 보면 고발자 보호가 미흡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입찰담합사건을 청와대와 협의해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공정위는 지난달 문서유출자로 지목받은 모 서기관을 건조물 침입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했다. 공정위는 사안이 불거지자 문건이 유출된 경위나 해당 직원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감찰 활동이 드러나면서 보안 체계에 대해 조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 세종문화회관은 직원 중 한 명이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무기계약직 근로자를 해고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감사실에서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철저히 이뤄졌고, 이 사안은 내부고발 문제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혹을 받고 사직한 당사자가 다른 동료로부터 고발자가 누구인지 전해 듣고 고발자를 고소하면서 이 사안이 공론화됐다. 여전히 조직 내 구성원들간에 고발자 보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보여준다.
손동권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직 차원에서 신고자에 대한 수사 의뢰는 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신고자들의 자발적인 신고를 저해할 수 있다”며 “다른 목적이 아닌 공익을 위한 신고라면 이익형량의 원칙을 적용,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해 신고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가 이뤄질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