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이용되는 대포통장은
수십만원 받고 팔아넘기기도
‘대포통장’이 각종 범죄의 매개로 등장하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대포통장이란 범죄 수단 등에 이용할 목적으로 직접 연관이 없는 다른 사람 명의로 개설된 은행통장을 말한다.
2일 경찰에 따르면 대포통장은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입출금계좌 또는 유령회사, 인터넷 불법 도박 사업자, 불법 대부업체 등의 수익 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사용처에 따라 대포통장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다르다.
우선 보이스피싱을 위해 만들어지는 대포통장은 명의자 몰래 개설된다. ‘월 ○% 금리로, ○○○만원을 대출한다’는 식의 문자메시지를 날린 뒤 전화 문의가 오면 책임지고 대출해주겠다고 안심시킨다. 이어 “본인 신용 등급이 낮으니 우리 쪽 신용으로 돈을 빌려 금리를 낮춰주겠다. 대신 통장과 입출금 카드를 넘기고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는 식으로 꼬인다. 사기단의 요구에 따라 통장 등을 넘겨주면 끝이다. 연락이 두절되고 사기단은 대출자 이름으로 개설된 통장을 범죄 수익 입출금통장으로 사용한다. 이 통장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속았다’고 생각할 때까지 대포통장으로 이용된다.
인터넷 불법 도박이나 불법 대부 중계수수료를 받기 위해 사용되는 대포통장은 건당 3만~5만원에 거래된다.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대포통장과 다른 점은 통장을 개설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자기 통장을 넘긴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나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노인이 타깃이 된다.
통장 한 개마다 30만~40만원에 거래되는 값비싼 대포통장도 있다. 이 통장은 주로 유령회사 설립 때 사용된다. 고가의 대포통장을 만들 때는 법인 설립에 필요한 인감도장ㆍ주민등록등본 등이 함께 넘어간다.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사람은 이 회사의 소위 ‘바지사장’이 된다. 명의 임대의 개념이기 때문에 매월 소정의 임대료가 지급된다.
한편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3항에 따르면 예금통장ㆍ카드 등을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1일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사람은 무조건 처벌하고 1년 동안 예금계약을 할 수 없게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병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