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무언가족2’…우리 이웃의 슬픈 자화상

휴대폰으로 대화하는 부부 15년간 식모로 전락한 아내

소통부재로 위기에 빠진 가정 수많은 시청자 공감 이끌어내

용서·화해 그리고 치유까지 가족의 참된 의미·역할 되새겨

가족 구성원 간 대화를 단절한 채 살아가는 무언가족(無言家族)이 늘어나고 있다. 즐거워야 할 집에 들어서는 순간 입을 닫아버리는 사람들, 힘이 되는 말이 아닌 서로를 할퀴고 상처 주는 말만 주고받다 결국 대화를 포기해버린 가족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요, 우리 이웃의 모습이다.

지난 5월 방송된 SBS 다큐멘터리 ‘무언가족’에 이어 지난 4일과 오는 11일 ‘무언가족2’를 방송하는 건 그만큼 현실적으로 공감하는 시청자가 많다는 뜻이다.

1부 ‘벽 너머의 가족’에 등장한 가족들은 공개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아픈 사연을 드러냈다. 반평생이 넘는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온 아내로부터 어느 순간 남보다 못한 취급을 받게 된 60대 장년 남자. 이젠 묻는 말에 대꾸조차 안 하는 아내와의 유일한 소통방법은 휴대폰 메시지뿐이다. 모자를 찾지 못하다 바로 옆방에 있는 아내에게 “(낚시 갈 때 쓰는) 모자 어디 있어요”라고 휴대폰 문자를 보내자 “옷걸이”라는 문자만 돌아온다. 살가운 대화는 사라지고 차갑게 오가는 메시지만 남은 이 부부가 사는 집엔 가족은 없고 타인만이 존재할 뿐이다.

집 안에서 남편의 아내, 자식들의 어머니가 아닌 한낱 식모로 전락해버린 한 씨는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무의미하다. 52세인 남편은 자신은 몸을 사용하는 일은 할 수 없고 수입이 얼마 안 되니 아내에게 생계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좀 더 희생해 달라고 요구한다. 요구도 부탁 수준이 아니라 당당하다. 게다가 시집 식구들이 있는 자리에서 아내를 “싸이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남편은 이런 상황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아내를 ‘민감성’ 운운한다. 이 남자, 이혼 안 당하고 사는 게 이상할 정도다.

아버지의 불 같은 성격을 똑 닮아 오히려 멀어진 부자들의 이야기도 시청자를 안타깝게 했다. 30년간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구타를 하며 길렀다. 32살이 된 아들은 아버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아버지는 자신의 자식 훈육 방식이 잘못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직장을 못 구해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나무란다. 하지만 아들은 자신을 잘 알지도 못하고 불신부터 하면서 잔소리를 하는 아버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

휴대폰이나 인터넷 등 소통도구는 발전했지만 사랑과 정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과거에는 이웃과 친척 등이 그 역할을 일정 부분 수행했다. 하지만 이웃, 친척과의 포근한 소통은 점점 사라져가고, 의지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은 가족뿐이다. 그런데 가족간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얼마나 외롭고 혹독한 일일까. 가족이 포근한 안식처가 아닌 숨 막히는 족쇄가 된 ‘무언가족2’ 속 가정들을 보면서 오늘날 가족의 의미와 역할이 무엇일까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무언가족2’에 출연한 위기의 가족들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인 ‘하얀 방’(2부)에서 마주 보며 가족이란 틀을 깨고 이제껏 가려졌던 참모습을 드러내며 화합을 위한 첫발을 내딛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머리로 하는 공감이 아닌, 가슴으로 나누는 공감 없이는 진정한 이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

15년 동안 아내를 식모로 전락시킨 남편은 아내의 아픔을 진정으로 공감해야 하고, 아들을 강하게만 훈육시켜온 아버지도 아들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이해하고 인내하며 기다려줄 줄 알아야 용서와 화해, 치유로 이어질 수 있다. 그것이 가슴으로 하는 공감이다.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