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31일 국방부의 방위사업청 권한 축소 소식이 알려지자 방위사업청 내부가 들썩거렸다. 특히 장교 출신 방위사업청 직원들의 좌절감이 컸다.
방사청에서 일하는 육군사관학교 출신 한 장교는 “방사청에서 수년간 일하며 야전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 그런데 방사청 핵심기능이 국방부로 대폭 이관되면서 다시 국방부로 배속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졌다. 나로서는 야전 경력이 적은 만큼 진급심사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난해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006년 1월 차관급 독립외청으로 설립된 이래 국방부와는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돼왔다. 방사청 출범 이후 군인은 국방부 소속이냐, 방위사업청 소속이냐에 따라 진로가 크게 달라졌다.
국방부 소속 군인(장교)은 육해공군에서 2~3년 주기로 순환 근무를 한다. 군인의 이사가 잦은 이유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에 배속되면 원래 출신이 육군이든, 해군이든, 공군이든 관계없이 방사청 한 곳에서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국방부에 남은 군인과 방사청을 택한 군인들 사이엔 각자 그려놓은 인생의 밑그림이 다를 수밖에 없다.
국방부 소속이든. 방사청 소속이든 양측 모두에게 장점은 있다. 국방부 소속은 계급마다 정년이 있어 장교들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장군 진급이라는 명예를 추구할 수 있다. 그런 반면, 방사청 소속 장교는 장군 진급의 꿈 실현을 삭이는 대신 정년이 보장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방사청 권한이 국방부로 대폭 이관된 만큼 앞으로는 방사청 소속에서 다시 국방부 소속으로 돌아가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적게는 지난 2~3년, 많게는 지난 4~5년간 방사청에서 복무한 젊은 장교들에게 방사청 핵심기능의 국방부 이관에 따른 좌절감은 더 크다.
올해로 중령 진급을 3~4년 남겨둔 육군사관학교 55기의 경우, 방사청에서 복무했다면 야전 경험이 없어 진급심사에서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중령으로 진급하면 당장 야전 부대 대대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야전 경험없이 방사청 경험만 있는 장교를 야전부대 대대장으로 과연 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방사청 소속 군인은 “그동안 방사청 기능 축소 얘기가 떠돌때마다 신경이 쓰였는데 이렇게 정말 현실로 나타나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