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경원 기자] 은행권의 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가 잘못 공시돼 대출자들이 이자를 더 부담하는 일이 발생해도 코픽스를 수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코픽스 협약에 원칙적으로 오류를 고치지 않게 돼 있으며 이를 고치려면 협약에 참여한 모든 은행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객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최근 발생한 코픽스 고시 오류와 관련해 “이번 고시 오류는 시스템상의 문제가 아니고 원자재를 잘못 공급해 일어난 것”이라며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실수”라고 11일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박 회장은 이날 도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코픽스) 오류를 발견하고도 발표할 때까지 시간이 늦어진 것은 협약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합회는 은행들과 맺은 협약에 따라 은행이 보낸 정보를 토대로 코픽스를 공시하는데, 한 은행이 자본조달 수치를 잘못 입력하면서 오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출 이자를 더 부담한 사람은 4만여명에 달한다. 은행권에선 이자를 부당하게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더 받은 돈을 돌려주기로 했지만 재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박 회장은 “다른 나라는 오류가 발견돼도 일체 수정 안 한다”며 “이를 차용한 우리 협약서에도 (오류를) 안 고치게 되어 있고 이를 고치려면 협약한 은행들을 다 모아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오류를 알게 된 시점이 얼마 안 됐고 해당 건수 비중이 적어 빨리 고치라고 지시했다며, 은행이 손해를 보는 방향으로 오류가 있었으면 협약서대로 하자고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해당 협약의 수정 여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코픽스가 원래보다 낮게 공시되면 고객에게 이자를 더 내라고 해야 할 뿐더러 오류를 매우 늦게 발견했을 때는 수정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고민해야 할 것은 은행 이득이냐, 고객 이득이냐는 차원의 문제와 시기의 문제”라며 “그래서 그 조항을 없애자는 것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입력한 자금조달 금리를 재검토하는 시스템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어디 한 군데에서 입력을 잘못했는지를 찾아보기 굉장히 어렵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며 “선진국이 오류가 생겨도 묵살하고 지나가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지표금리 개선 태스크포스(TF)가 특정 금리를 지표 금리로 결론을 낼 것인가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특정금리를 지표금리로 공표하는 것보다 다양한 금리 중에서 은행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편 은행연합회 측은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지만, 최소한 금리가 높게 잘못 공시된 것이 확인될 경우에는 이번처럼 재공시를 통해 고객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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