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5회> 사랑을 위한 의식 (13)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만경대학에서 평양 골프장에 이르는 30km 구간!
거성그룹의 재벌2세는 ‘백마-월정 고속도로’를 포장한 뒤에 이 30km 구간을 서비스로 재포장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었다. 예전의 새우젓 장수들은 아낙네들이 새우젓 한 됫박을 사면 덤통에서 한 사발을 따로 퍼줬다고 하던가? 그 덤이 바로 단골을 끄는 상술이었는데… 이를테면 거성그룹에서는 통 크게 상술을 발휘한 셈이었다.
“권도일 전무님, 우리 거성에서는 북한의 ‘전 세계 여자 프로골프 겨울대회’ 개최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만경대학으로부터 평양 골프정이 이르는 30킬로미터 구간을 따라 지상 최대의 퍼포먼스를 벌여보고자 합니다.”
재벌2세는 권도일 전무에게 술잔을 내밀며 담담히 말했다. 곧 5개국 관통 랠리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나기에 앞서서 열린 환송 술자리였다.
“아, 북한의 6사단장을 통해서 압력을 넣어 ‘거성로’라고 이름을 짓도록 한 그 직선도로 말이지요? 그곳을 활용한 어떤 획기적인 퍼포먼스를 계획하셨나요?”
“30킬로미터에 이르는 직선도로… 그런 곳에서 스피드 쇼크를 저지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스피드 쇼크? 자동차 경주를 계획하셨습니까?”
“아니, 경주가 아니고요… 세계 최고급 수준의 자동차들을 끌고 가서 신나게 한번 씩 달려보도록 하자는 거지요.”
“세계 프로골프 겨울대회를 취재하러 나온 외국 기자들에게 더불어 언론플레이를 해보자는 계획이로군요?”
“그건 부차적인 목표고요… 1차적인 목표는 유호성 선수를 우리 거성 팀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책입니다. 이제 5개국 관통 랠리가 보름밖엔 남지 않았어요.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 접수마감 날짜로 따지자면 불과 일 주일밖엔 남지 않은 시점입니다.”
“때가 되었군요.”
“그렇습니다. 지금쯤 유호성은 강유리 선수의 갤러리로 골프장을 쫓아다니면서 비참한 생각에 빠져있겠지요. 캐디를 맡아주는 것도 아니고, 코치도 아니고, 특별히 드러나는 일이 없으니 지금 뭐하는 건가! 하고 뼛속 깊이 후회하는 중일 겁니다.”
“그 순간에 바로 골프장 옆 도로에서 스피드 쇼크를 벌이자는 것이로군요. 유호성의 야성에 불을 지르자~ 이 말씀이시지요?”
“그렇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석삼조! 외국 기자들에게 ‘거성로’를 널리 알려서 좋고, 유호성 선수를 우리 랠리 팀으로 꼬여올 수 있어서 좋고, 곧 개최될 랠리 분위기를 뜨겁게 달굴 수 있어서 좋지 않습니까?”
재벌2세는 한껏 기분이 고조 되어서 술잔에 양주가 철철 넘치도록 딸아 건배를 청하곤 했다. 권도일도 손등을 타고 흐르는 호박색 양주를 볼 때마다 저절로 흥이 솟구치곤 했다.
“언제, 누가, 어떻게 거성로에서 스피드 쇼크를 벌이도록 할까요?”
“언제? 내일부터 즉석에서 섭외를 합니다. 누구를? 영화배우도 좋고, 스턴트맨도 좋고… 아무나 운전해도 좋습니다.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차로 북한에서 생 쇼를 벌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이 2.9초밖에 안 되는 수퍼카 ‘부가티 베이런’이라든지…”
“한 대에 35억 원이나 하는 그 명차를요?”
“돈? 까짓 거… 며칠 빌리는데 얼마나 들까요? 이왕이면 시가 215억 원짜리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라도 빌려오세요. 화끈하게 말입니다.”
취한 것 같지는 않았으니… 재벌2세의 말이 거짓일 리는 없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