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자를 위한 대책 절실-1편
[헤럴드경제= 서상범 기자] A(여ㆍ21) 씨는 지난 4월 교수 B(55) 씨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고소를 하기위해 서울 송파경찰서를 방문한 A 씨는 자신의 몸에 남은 추행 흔적을 사진으로 찍어 경찰에게 제출했지만 담당 경찰은 “피해자의 얼굴이 나오지 않아 증거가 안 된다”며 A 씨의 얼굴이 포함된 알몸사진을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 성범죄 사건의 경우 여경이 피해자 조사를 담당하도록 경찰은 성폭력사건 처리지침에 명시해 놨지만 A씨를 담당했던 경찰은 남성이었다.
결국 A 씨는 수치스러운 기억에 대한 진술은 물론,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사진 촬영과 출력까지 해야만 했다.
C(여ㆍ33) 씨는 모 지역의 경찰조사에서 또 다른 상처를 겪어야 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C 씨에게 “직장동료와 부적절한 관계는 아니었나? 평소에 어떤 행동을 했길래 그런 일을 당했나?” 등의 모욕적인 질문을 했다. 심지어 “지금껏 성관계는 몇 번이나 경험했나” 등의 해괴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C 씨는 경찰 조사 후 민간 상담기관과의 상담을 통해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자신을 문란한 여자로 바라보는 경찰의 시선과 자세가 견딜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성폭행 피해자가 경찰조사에서 두 번, 세 번 울어야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남성 경찰관 앞에서 자세한 성폭행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상처를 받고 또 피해자의 입장에서 배려하지 않는 경찰들의 사건처리 태도에서 2차 피해를 입는 것이다.
경찰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성폭행 처리지침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인해 일부 현장에서 제대로 지침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경찰과 검찰의 관할다툼에 피해자가 상처받는 경우도 있다.
D(여ㆍ29) 씨는 자신을 성폭행한 남성을 고소하기 위해 서울 용산경찰서에 사건을 접수하고 진술까지 마쳤지만 피의자 E 씨의 주거지가 서울 강동구라는 이유로 검찰은 사건을 서울 강동경찰서에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D 씨는 “강동서에서 다시 진술하려면 심적인 괴로움이 있으니 계속 용산서에서 조사받게 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D 씨는 두 번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각각 다른 경찰서에서 진술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그릇된 성폭행 피해 조사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폭행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우려하며 일선 경찰의 인식 전환을 요구했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피해자를 실적의 대상, 성과물로 인식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그릇된 관행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이임혜경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원스톱 센터와 같이 피해자를 위한 처리시스템이 있지만 전문인력의 부족과 사건담당자의 인식부족으로 피해자들에게 원만한 문제해결을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임 소장은 “특히 경찰서라는 공간자체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피해자를 만드는데 성폭행 피해자들은 몸은 물론, 심리적으로 상처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세심한 보호와 피해자를 배려하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경찰의 성폭력대책에 대해서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내놓는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닌 예산과 인력의 확보를 통해 실효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이임 소장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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