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 홍승완 기자]독일베를린에서 열린 IFA2012를 주도한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 이번 행사의 메인 이벤트격이었던 TV분야에서 두회사만이 OLED TV와 연결성을 높인 스마트 TV들을 선보이며 전세계 경쟁업체들과 서너걸음 앞서 있음을 알렸다. 하지만 성과 못지 않게 과제도 던져졌다. 삼성전자에게는 생활가전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LG전자에게는 TV를 뒷받침할만한 스마트기기의 등장이 필요했다.

▶ 압도적 삼성의 새로운 도전… ‘생활가전’ = 삼성전자는 단연 이번 IFA의 주인공이었다. 유일하게 두개의 단독부스를 꾸몄고, 지난해보다 생활가전 부스를 1.7배로 늘려 역대 최대이자 참가업체 중 최대 규모인 8628㎡(2600평)의 전시장 공간을 확보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관람객수에서도 다른 업체들을 압도했다. 압도적인 화질의 OLED TV와 다양한 컨텐츠 스마트기기와의 연결성 등이 돋보인 스마트 TV 등은 이번 행사기간 내내 최고 화제였고,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된 갤럭시노트2와 윈도우8 기반 ‘ATIV’ PC, 태블릿에는 IT 전문가들과 얼리아답터들이 몰려들었다. 스마트TV에서 동작인식 기능을 활용한 ‘앵그리버드’ 게임이나 스마트TV의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코너에는 평펌한 남녀노소들이 줄을 섰다. 하지만 생활가전 부스에서는 다소 온도차가 느껴졌다. 스마트 부스에 “세계 최첨단 스마트 제품을 체험해 보자”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밀려들었다면, 생활가전쪽 부스의 느낌은 “삼성이 만드는 생활가전은 어떤가”라는 느낌으로 편하게 둘러보는 사람이 많았다.

윤부근 삼성전자 CE담당 사장은 현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2015년까지 가전분야 세계1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넘어야 할 시장으로 빌트인 시장을 언급했다. 전세계 가전 시장의 최대 수요군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의 중산층 이상 가정의 경우는 대부분 빌트인으로 생활가전을 구입한다. 때문에 빌트인 시장은 가장 수익성 높은 시장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냉장고, 식기건조기, 세탁기 등의 단일 품목별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토털패키지화한 빌트인 시장에서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빌트인 시장에는 밀레, 보쉬, 지멘스 등 수십년 이상 노하우를 쌓은 막강한 유럽계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다. 빌트인 시장은 삼성전자가 차례차례 ‘점령’ 해온 기존의 시장들과는 차이가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인덕션, 후드, 오븐 등 다양한 생활가전의 전 부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디자인과 유럽인들의 생활방식을 제품에 어떻게 녹여내느냐의 문제다. 현지에서 만난 유럽계 기업의 국내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TV와는 분명히 다른 시장”이라면서 “스마트폰이나 TV는 기술적으로 가장 좋은 제품이 각광받는 남성고객들 중심의 미국적인 시장이라면, 빌트인 생활가전은 편리하고 우아하면서도 전체를 꿰뚫는 철학이 있어야 하는 여성적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유럽 사람들의 심미안을 충족시켜야한다는 의미다.

실제 유럽사람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독일 프리미엄 AV시스템 업체인 로에베(LOEWE)매장에서 만난 루츠 리트밀러(Lutz Riedmüller)씨는 삼성전자 부스에 가봤냐는 질문에 “(TV의 화질이나 디자인이) 아름다웠다. 기술적으로 완벽했다(Beautiful. Technically they are Perfect)”라면서도 “그렇다고 내가 꼭 삼성제품을 사야하는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That doesn’t mean I have to choose them)”라고 돌려말했다. 삼성전자도 이점을 알기 때문에 빌트인 시장 공략을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윤 사장은 “3년 뒤 세계 1위에 오르기 위해선 생활가전도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라인업이 필요하다”며 “디자인, 기능 등 을 완전히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 LG … TV만큼은 최고지만 = LG전자의 경우 이번 행사에서 TV분야의 글로벌 리더쉽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OLED와 UD 등 차세대 TV분야에서 경쟁자들과 차별적인 제품을 선보이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LG전자가 선보인 WRGB 방식의 OLED TV의 경우 압도적인 화질과 심플한 디자인에 관람객들의 호응이 높았다. 스마트폰 절반 수준의 4mm 두께의 OLED TV는 여러 해외언론이 앞다투어 소개하기도 했다. 장기인 3D분야도 돋보였다. 거의 대부분의 해외의 경쟁사들이 3D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꾸몄지만 영상의 품질에서 LG전자에 미치지 못했다. 좌우영상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방식탓에 쉽게 눈이 피로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부 무안경 3D의 경우 시청자가 움직일 경우 일시적으로 3D화면이 2D로 보이는 허점을 보이기도 했다.

LG전자의 경우 좌우 영상을 동시에 보여주는 특유의 시네마 3D 기술을 기반으로 안경도 가볍고, 눈도 편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전시장 입구에 설치한 대형 3D 디스플레이 월(wall)앞에는 많은 관람객들이 LG 3D 기술을 몸소 체험하느라 인산인해를 이뤘다.

UD(Ultra Definition) TV 분야에서도 경쟁자들과 앞서 있음을 보여줬다. 일본업체들이 UD TV를 들고 오기는 했으나 시제품의 성향이 강했다. LG는 이미 UD TV를 출시한 상황이다. 현지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수년째 LCD TV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제품을 가장 먼저내고 이후 업계를 리딩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런점에서 LG가 경쟁사들을 제치고 실제 UD TV 제품을 가장 내놓은 것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평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LG전자도 여느때보다 자신감을 갖는 분위기다.

권희원 LG전자 사장은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2~3년 내에 차세대 TV 를 놓고 전세계 업체간 진검 승부가 전개될 전망”이라면서 “OLED TV 시장 선점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멘텀을 창출하고 대형 3D TV출시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UD TV 등으로 차별화해 세계 TV 시장 석권하겠다”는 자신감을 비췄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 TV만을 들고 나온 점은 아쉬웠다. 다양한 가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오로지 TV가 주인공이었다. 특히 스마트TV와 함께 스마트홈을 콘트롤하는 중심역할을 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스마트기기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물론 소니 등 해외 경쟁사들이 화질경쟁못지 않게 TV와 다양한 IT 기기를 접목시킨 ‘연결성(Connetivity)’을 강조한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었다. 번듯하고 강력한 스마트폰 하나가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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