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여의도(정가)의 바람에 동쪽 여의도(증권가)가 하루에도 몇 번씩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 이어진 대선 테마주가 좀체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상향하고 국제금융기구들이 잇따라 한국경제가 선진 경제에 진입했다고 호평하는데, 자본시장만은 여전히 ‘~카더라’에 냉ㆍ온탕을 오가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ㆍ문재인ㆍ안철수’ 유력 대선주자 3인의 이름을 단 테마주는 후보들의 발언과 거취에 상ㆍ하한가를 오간다. 테마주로 엮이게 된 인연도 각양각색이다. 내놓은 공약에 따라 오르는 정책 수혜주는 그나마 그럴듯하다. 친인척이 주요 주주란 이유로 얽힌 친인척주를 비롯해 자칫하단 ‘사돈의 팔촌주’마저 인맥주로 엮일 판이다.

문제는 선거를 앞두고 각종 ‘설’에 한푼 두푼 모은 돈을 넣는 개인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이다. 실적보다 소문에 앞서 투자에 나섰다가는 작전세력의 배만 불리기 십상이다.

▶1000% 올랐다 상장 폐지된 MB테마주=2007년 치러진 17대 대통령 선거도 유력 주자별 정책주와 인맥주가 각광을 받았다. 특히 지지율 1위 후보였던 이명박 후보 관련주는 한반도 대운하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며 각종 건설개발주가 이른바 ‘대운하주’로 묶여 가파르게 주가가 올랐다.

이른바 이들 MB테마주의 대장주는 ‘이화공영’. 종합건설업체인 이화공영은 대운하주의 대장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수십배 올랐다. 2007년 한 해 이 주가는 3104.76%나 상승했다. 2007년 12월 7일에는 사상 최고가인 6만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30분의 1토막 수준인 2000원대다. 사상 최고가를 찍은 후부터는 연속 하한가를 맞으면서 1주일 새 2만5500원까지 떨어졌다.

그 해 MB테마주로 분류돼 비정상적으로 오른 종목은 이 밖에도 특수건설(1482%), 홈센타(1180%), 동신건설(881%),그리고 바이오기업 리젠(1624%)이다. 이들의 말로 역시 이화공영과 다르지 않다.

2007년 말 당시 5만원을 넘보던 특수건설은 9월 현재 6000원대 수준이고, 1만8000원대이던 홈센타는 5000원이 안 된다. 리젠은 아예 상장폐지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선 테마주는 작전이 개입될 여지가 농후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작전세력 터무니없는 소문에 주가는 급등=실제로 올해 대선을 앞두고는 소문을 흘려 주가를 올린 후 차익을 실현한 일당이 금융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17대 대선을 앞두고 작전 세력에 대한 의심만 품었다면 18대 대선에선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5월 전업투자자 박모(32) 씨를 구속기소하고 김모 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유명 증권포털을 통해 유력 대선주자 3인 ‘박근혜ㆍ문재인ㆍ안철수’와 관련된 풍설을 모두 5700여회 게시하고 상한가 허수 주문이나 수백회 단주매매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렇게 올린 주가에서 수익을 내는 데에는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가 동원됐고 매도 차익으로 50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

그런데 이들이 낸 소문을 살펴보면 주가가 해당 소문에 급등했다고 믿기에는 터무니없는 것들이 많다.

대표이사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와 같은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박근혜 테마주’에 포함되거나, 회사 대표가 고 노무현 대통령 주치의 출신이란 이유로 ‘문재인 테마주’에 들어갔다.

심지어 박 후보가 18대 국회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콘돔제조사를 테마주로 묶어 해당 회사 주가가 뜬금없이 오르기도 했다. 화장지 제조회사인 모나리자는 이 회사가 성인용 기저귀를 생산하고 대표이사가 서강대 출신이기 때문에 ‘노인복지 테마주’로 묶일 것이란 작전세력의 설에 주가가 올랐다. 1000원이 안 되던 주가는 2월 중순 6150원까지 급등했다. 9월 현재 이 주가는 4100원대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안랩의 오름세는 ‘납득’이 갈 정도다. 안랩의 52주 최저가는 2만9550원, 이 기간 최고가는 16만7200원으로 6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번 대선 테마주의 말로는?=현재 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대선 테마주는 먼저 대선 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테마주다.

박 테마주 가운데서도 대장주인 아가방컴퍼니는 저출산과 복지 화두에 따라 테마주로 엮이면서 1년새 주가 변동 폭이 3배에 달한다. 연간 저점은 6970원, 고점은 2만2250원이다.

친동생 박지만 씨가 운영하는 EG도 대표적인 박 테마주다. EG는 지난해 9월 1만9350원이던 주가가 올 1월 8만79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안철수주 기세도 만만치 않다. 여전히 대권 도전을 앞두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가운데 안랩 외에도 관련 인맥주가 상승세다. 써니전자는 대표이사가 안랩 경영전략실 이사로 재직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6일 324원에서 지난달 27일 1만1500원으로 급등했다.

지난해 동전주이던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도 노무현 전 대통령 주치의 출신인 이상호씨가 최대주주라는 이유로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 10배를 넘나드는 오름세를 기록했다.

한 증권사 스몰캡 팀장은 “실제 대권을 잡아 정책이 이뤄지고 예산이 늘어난다고 해도 기업에 돌아오는 직접적 수혜는 미미하다”면서 “주가는 실적에 바탕이 돼 움직이는데,가시적인 정책 입안을 하기도 전에 기대감만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성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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