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민상식 기자]‘묻지마 살인’은 일본에선 이미 80년대부터 사회 문제가 됐다. 일본에선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다고 해서 ‘길거리의 악마’라는 뜻의 ‘도리마’ 사건으로 불린다.

23일 일본 NHK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월 10일 한낮 일본 오사카 시내 중심부에서 한 30대 남성이 행인 2명을 아무 이유 없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해 일본 사회를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이 사건의 피의자 이소히 교조(36ㆍ무직)는 당시 길거리에서 40대 남성을 말 없이 흉기로 찌른 뒤 약 40m쯤 떨어진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60대 여성을 찔러 쓰러뜨렸다. 피해자 두 명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몇 시간 뒤 숨졌다.

일본에선 부의 양극화와 가족해체가 심화하고 노동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도리마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일본에서 발생한 도리마 사건은 모두 74건에 달한다. 파견노동자 대량해고 사태가 있었던 2008년에는 14건으로 정점을 기록했다.

도리마 사건의 범인들 중에는 20~40대의 실직자나 비정규직 등 불안 노동자가 많다. 경제적 불안과 박탈감을 느낀 젊은 남성들이 자포자기식으로 길거리의 타인을 향해 반사회적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6월 자동차 부품회사 파견근로자인 가토 도모히로(32)가 도쿄의 전자상가의 한 상점에 트럭을 몰고 돌진한 뒤 흉기를 휘둘러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바 있다.

이처럼 도리마 사건은 1990년대 불황 이후의 노동시장 불안과 열악한 사회보장 제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 보건노동복지부에 따르면 일본의 청년 실업률은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7.2%에서 9.1%까지 상승했다. 또 1990년 20.2%였던 비정규직 노동자도 2008년에는 34.1%로 급증했다.

일본의 시민ㆍ사회 연합단체인 반빈곤네트워크 측은 “불안정 노동형태가 급증하면서 가계빈곤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도리마 사건도 이 같은 노동시장 불안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