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보조금 축소 한달…휴대폰 판매점 가보니

SK텔레콤과 KT가 각각 지난달 23일과 이달 1일부터 단말기 할부지원금을 중단했지만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휴대폰 판매점들의 보조금 경쟁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동통신사들의 할부지원금 중단으로 일선 대리점에서는 보조금 과열 현상이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통신사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판매점에서는 자비까지 털어 무리하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18일 서울 종로ㆍ강남ㆍ용산ㆍ은평구 일대 12곳의 휴대폰 판매점을 취재한 결과, 거의 모든 휴대폰 판매점에서 제도 시행 이전과 유사한 수준인 40만~50만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휴대폰 할인판매점은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하는 고객이 95만원 상당의 최신 LTE 스마트폰인 ‘베가S 5’를 살 경우 5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 매장에서 소비자가 ‘62요금제’를 30개월 할부로 구입하면 약정 할인까지 받을 수 있어 매달 기본료 6만2000원만 내면 된다고 판매점 주인은 말했다. 최신 스마트폰을 공짜에 살 수 있다는 얘기다. 판매점 주인은 기본료ㆍ유심비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 ‘갤럭시S 3 LTE’는 제조사인 삼성에서 할부지원금 중단 이후 할인을 못하게 하지만 우리 가게에서 사면 21만원에 살 수 있다”고 말하는 판매점도 있었다.

실제로 ‘갤럭시S 3 LTE’의 경우 지원금 중단 이후 보조금이 20만원 후반대로 떨어졌지만 판매점에서는 여전히 4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는 보조금 축소에도 판매점의 이 같은 영업이 가능한 이유는 이통사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 홍제동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장은 “휴대폰 판매가 전반적으로 비수기인 상황에서 보조금까지 줄어들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가 없다. 고객이라도 많이 유치해야 대리점에서 인센티브를 받는다”며 무리하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판매점들은 이통사에서 받은 리베이트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할부지원금이 없어져 자체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판매점 사장은 “할부지원금이 없어져서 고객에게 써야 하는 돈이 늘어났지만 어쩔 수 있느냐”며 씁쓸해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직영 대리점은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본사에서 시키지 않는 한 무리하게 영업할 이유가 없지만 판매점의 영업 방식까지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단말기 재고가 남으면 판매점의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에 보조금을 자체로 부담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방통위 관계자는 “일부 판매점의 경우 보조금 축소 이전에 자금을 비축했던 대리점들로부터 지원받았던 돈을 갖고 이 같은 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