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예견된 1위 선출을 위한 40일간의 여정이 끝났다. 20일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면서, 유력 정당 최초로 여성 대통령 후보가 탄생했다. 최종 투표율은 41.2%. 2007년 경선 당시 70.8%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다. 경선 과정에서 박 후보는 5ㆍ16 역사관 논란이나 당 공천헌금 파문으로 큰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흔들림 없이 일정을 소화하며 준비된 후보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선출(9월 23일)에 비해 1달여 앞서 대선 스타트라인에 선 박 후보는 본선전에 조기 등판, 대선 고지를 빠르게 점령하겠다는 각오다.
▶야권 공세없는 한달, ‘박근혜가 확 바뀌네’=박 후보 측은 그동안 ‘포스트 경선(경선 이후)’을 보다 중요한 시기로 봐왔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 선정 뒤 야권 후보 공백이 있는 한달여를 가장 중요한 기간으로 보고 전력질주할 계획이다. 출발점부터 간격을 벌려 후발주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복안이다.
박 후보 측은 이 기간 동안 ‘바뀐 박근혜’를 집중 부각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이 박 후보에게 느끼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모습으로 다양한 계층, 세대 유권자에게 다가서겠다는 것. 최경환 박근혜 캠프 총괄본부장은 “‘박근혜가 바꾼다’가 아니라 ‘박근혜가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도 “앞으로 한달은 박 후보가 바짝 뛰어야 하는 기간”이라며 “말이나 행동에서 180도 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 측은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불통(不通)과 과거에 묶여있는 듯한 이미지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털어내고, 본선에선 빌미 잡히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동안 강인한 원칙론자의 모습만 부각됐다면, 박 후보의 불통 이미지를 씻기 위한 따스한 포용의 리더십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캠프 한 관계자는 “박 후보의 이성적인 면모만 주로 부각됐는데, 이젠 감성적인 면모도 부각돼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화법도 군소리를 뺀 원칙언어로 일관했지만, 이제 자세한 설명을 더한 친절한 감성화법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근 자신의 롤모델을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로 언급한 것도 보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엘리자베스 1세는 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원칙론자였지만 원칙에 함몰되지 않은 유연함을 가진 군주였다. 특히 소통의 측면에선 특유의 부드러움을 통해 신하와 백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 아는 소통의 귀재였다는 점에서, 박 후보가 새로운 롤모델로 불통 이미지를 적극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2040+수도권 잡기에 전력질주=박 후보 측은 특히 2030 젊은층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보다 감성적인 스킨십을 더하는데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박 후보는 전날(19일) 2040세대, 수도권 외연 확대 복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진실된 마음으로 다가가고, 많이 만나고,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 그분들한테도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본선 승리를 위해 수도권과 젊은층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최 본부장도 “2040세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지층 확대를 꾀하는 것이 본선 전략의 키포인트”라고 말했다.
▶공격 프레임 범여권으로 확대…‘대응논리’ 개발 과제=캠프 관계자들은 후보 선출 이후 “지금까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내달 중순 야권 후보가 정해지면, 후보 개인의 약점 보다 새누리당의 태생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 가장 큰 과제라는 평가다.
이상돈 캠프 정치발전위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여당 내에서 토론한거지만, 앞으로 야권 주자와 겨루면 이명박 정권에 대한 평가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선과정에서 부각된 5ㆍ16 역사관이나 퍼스널리티(불통 이미지) 등은 과거에 대한 비판이지만, MB정권 비판은 현재에 대한 비판이라 박 후보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캠프 관계자들은 MB정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할말은 제대로 하는 쪽으로 확실히 선긋기를 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본선 내 세력다툼-집안싸움 최소화해야=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박 후보의 또다른 당면 과제는 외연 확대다. 그중 첫 단계는 경선 후보로 출마했던 김문수, 김태호 등 비박계 주자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일. 그리고 경선 불출마 선언으로 관계가 멀어진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전 대표 등과의 관계 개선도 풀어야할 과제다.
캠프 측은 박 후보가 비박 주자들 3인과 연쇄 회동을 할 것이라고 귀뜸했지만, 문제는 비박 주자들이 박 후보의 손을 잡아줄지 여부다. 이들을 끌어안지 못한다면 당장 ‘당내 다양한 세력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라는 비판을 감내해야 한다.
앞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 이회창 전 총재와의 관계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100% 대한민국’이라는 이야기를 여러번 했다. 서로를 다 끌어안고 같이 가야 한다는게 기본 생각”이라는 말로 다양한 세력을 포용할 뜻을 강조했다.
캠프 고위 관계자도 “지금까지 경선 과정에선 박후보가 비박 후보들과 다투면서 불통 이미지까지 덧씌워졌지만, 후보 선출과 함께 따뜻하게 포용할 것”이라며 “당내는 물론 당외 포용력까지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선기자bonjod@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