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공짜로 주는 것이니 받기는 하지만 녹비작물로서 효과도 없고 뿌려도 발아가 안되는 종자를 왜 지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농민을 대상으로 녹비작물(줄기와 잎을 비료로 사용하는 녹색식물) 지급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불량종자와 미확인 품종을 납품하고 부당이득을 취한 종자수입업자, 관련 공무원, 브로커 등 9명이 무더기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불량종자를 수입해 이를 국내 농가에 보급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에게 로비를 해 주는 대가로 수입업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농업관련 신문사 대표 A(55) 씨를 구속했다.

또 경찰은 종자수입업자 B(44) 씨와 관련 공무원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5명은 불구속입건했다.

‘녹비작물 종자대 지원사업’은 휴농기에 호밀ㆍ청보리 등 작물을 농지에 파종해 땅을 갈아엎을 경우 지력증진과 화학비료사용 억제 효과가 있어 정부에서 농가의 종자구매 자금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연간 300억 규모의 이 사업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그 비용을 50%씩 부담하고, 종자수입 업무를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NH무역에서 수탁시행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B(44) 씨 등 수입업자 3명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품종이 확인되지 않거나 수확연도가 오래돼 발아율이 떨어지는 종자를 외국 수출업자와 공모해 마치 수출국 정부기관에서 보증한 우수종자인 것처럼 종자분석증명서ㆍ원산지 증명서 등 관계 서류를 조작, 수입해 농가에 보급하고 20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종자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이를 대행하는 NH무역 팀장 C(41) 씨는 녹비종자수입 업무를 총괄하는 자로 업체들의 불법행위를 눈감아 달라는 청탁을 받고 업체에게 술값을 대납하게 하거나 현금을 요구해 수수하는 등 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농식품부 공무원인 D(45) 씨는 종자수입업체로부터 발아율ㆍ병해충검사 등 검역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눈감아 달라는 청탁을 받고 업체들로부터 25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입업자와 공무원 사이에는 브로커가 끼어 검은 거래를 알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선브로커 A 씨는 녹비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나 정계인사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농식품부에서 정책 수립 시 특정업체에 유리한 종자가 구매될 수 있도록 해주거나 통관 시 농식검 관련 공무원의 로비 명목 등으로 업체로부터 1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공모로 인해 NH무역은 국제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종자를 구매해 결국 국고를 낭비한 셈이 됐다.

또 정책결정권을 갖고 있는 농식품부 등에 로비한 결과 이들 업자들이 수입하기 용이한 종자의 물량을 늘리거나 단가를 높일 수 있는 보증종자 구매량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 씨가 수수한 자금 중 일부가 현직 국회의원측에 흘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하는 한편, NH무역이 수입대행에 따른 실비와 수수료 외에도 업체에 부과한 페널티비용을 수익처리하거나 금융이자 부풀리기, 환율조작 등의 방법으로 수 억원을 정부에 부당청구한 사실을 농식품부에 통보해 환수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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