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런던 올림픽 남자 탁구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세 ‘노장’ 선수의 사연이 국민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특히 주세혁(32ㆍ삼성생명)은 희귀병의 고통을 딛고 메달을 거머쥔 사실이 알려져, 그의 투혼이 전국민을 숙연하게 만들고 있다.
주세혁은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올림픽 출전은 고사하고, 선수 생명까지 접어야 할 지도 모르는 위기에 부딪혔다. 처음 몸에 이상을 느꼈을 때는 봉와직염(급성 세균 감염증의 하나로 홍반ㆍ압통을 수반하는 병)으로 알고 치료를 했다. 그러나 더 큰 병마가 그의 몸에 자리하고 있었다.
결승전에 앞서 주세혁은 한 인터뷰에서 “잘 낫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병명이 잘못됐다. 류마티스성 베체트(만성염증성 혈관질환)라고 나중에 그러더라. 만성적인 것이라 통증을 감수하고 뛰어야 했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일반적으로 ‘배체트병’으로 불리는 이 질환은 전신에 퍼져있는 정맥에서 염증을 일으켜 여러 장기에 다양하게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으로 원인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증상의 범위는 다양하나 일반적으로 만성, 재발성 경과를 보이는 까닭에 장기간 치료가 요구된다.
결국 주세혁은 스테로이드제에 의지해 경기를 뛰었다. 스테로이드는 올림픽에서 금지약물로 지정돼 있지만, 주세혁은 IOC의 승인을 받아 처방을 받았다. 경기 중 찾아오는 통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따라서 이번 런던 올림픽은 주세혁 선수의 가족에게는 누구보다도 초조한 기간이었다. 한 방송 인터뷰에서 주세혁 선수의 아내 김선화 씨는 “저희는 올림픽에 나간 것만으로도 잘한 것 같다고 만족하자고 했어요”라는 소감과 함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편, 또다른 노장 선수인 오상은(35ㆍKDB 대우증권)과 유승민(30ㆍ삼성생명)에게도 이번 올림픽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유승민은 지난해 12월 오른쪽 어깨 인대와 왼쪽 무릎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꾸준한 재활 끝에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맏형’ 오상은은 지난해 12월 전 소속팀으로부터 퇴출된 뒤 훈련할 곳도 없어 전전하던 끝에 새 둥지를 찾아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었다.
사연 많은 3명의 ‘올드보이’들은 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탁구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값진 은메달을 일궈냈다. 비록 중국의 벽은 넘지 못했지만 천신만고 끝에 목에 건 그들의 은메달은 금빛 메달만큼 눈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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