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인턴기자]지난 2일(한국시간) 밤 영국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 기보배(24, 광주시청)와 아이다 로만(25, 멕시코)의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경기가 열린 이곳에서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중계 카메라에 잡힌 멕시코 대표팀 감독은중남미의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동양인이었던 것. 멕시코 양궁 사상 첫 메달 획득의 주역이 된 그는 한국인 양궁감독 ‘이웅’ 이었다.
양궁계에 ‘한류바람’이 거세다. 런던올림픽 양궁에 출전한 40개국 가운데 30%에 가까운 12개 나라의 감독이 한국인일 정도다. 감독들의 실적도 화려하다.
지난 2006년부터 미국 대표팀을 이끌어 온 이기식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미국 양궁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미국 양궁 남자대표인 브래디 엘리슨은 현재 세계 랭킹 개인부문 1위이고, 단체랭킹 역시 미국이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감독은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까지 한국대표팀을 이끌다가 이후 호주대표팀 감독으로 변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남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20120802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i
남자 양궁 단체전 준결승에서 우리 대표팀을 좌절시키고 금메달을 차지한 이탈리아의 감독 역시 한국인(석동은 감독)이다. 석 감독은 ‘한국 양궁의 어머니’로 불리는 고 석봉근 전 대한양궁협회 고문의 아들로, 지난 2001년부터 이탈리아 대표팀에 몸 담았다. 이번에 그가 이탈리아에 선사한 메달은 이탈리아 양궁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로 의미가 크다.
이집트의 문백운 감독은 양궁의 불모지였던 이집트에서 직접 유소년 선수를 발굴하고 훈련시켜 금메달리스트(2011년 싱가포르 유스 올림픽 남자양궁 개인전)를 배출했다. 필리핀과 그루지야도 한국인 감독들(정재헌, 안형승) 덕분에 사상 첫 양궁 부문 올림픽출전권을 얻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외에도 김학룡(콜롬비아), 임희식(브라질), 박영숙(이탈리아), 조형목(스페인), 김선빈(태국), 오교문(호주)등이 외국 대표팀의 감독을 맡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 감독들의 활약이 우리 대표팀에게는 새로운 위협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2일(이하 현지시간)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기보배는 2명의 멕시코 선수들 사이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인 끝에 금메달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지난달 28일 밤에 있었던 남자 양궁 단체전 준결승에서도 4강(이탈리아, 미국, 한국, 멕시코, 메달순)팀의 감독 모두가 한국인인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경기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대표팀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과거처럼 우리 대표팀이 금, 은, 동을 싹쓸이하는 통쾌한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양궁팬들은 한국 감독들의 선전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해하는 분위기다. “양궁 강팀의 감독들이 모두 한국인이라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전진을 막아설 때는 답답하기도 하다(@jja***)”는 것. 남자 양궁 단체전의 동메달 소식을 접한 한 트위터리안(@viole******)은 “양궁감독 해외진출 못하게 막아야 되는 것 아닌가요ㅠㅠ” 라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한류를 주제로 네티즌들이 모인 한 인터넷커뮤니티에서는 양궁 감독들의 해외진출을 두고 ‘이것 역시 한류의 일부이며 국위선양’이라는 의견과 ‘기술과 노하우 유출’ 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며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현재 런던올림픽 양궁 종목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기록하며 메달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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