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유도가 동네 체육관 경기인가?
2012 런던올림픽이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판정으로 먹칠을 하고 있다. 28일 박태환이 수영 남자 400m에서 석연찮은 실격판정을 받았다가 번복되는 해프닝이 연출된지 하루만인 29일 유도에서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남자 유도 66㎏급 8강전에서 한국의 조준호가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와 연장 접전 끝에 주ㆍ부심 3명의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후안 바르코스(스페인) 심판장이 심판진을 불러 뭔가를 지시한 뒤 이번엔 에비누마의 만장일치 판정승을 선언했다. 만약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기여서 뒤바뀌었다면 2-1 판정승이 나올 수 있지만, 조준호의 3-0 판정승이 순식간에 0-3 판정패가 된다는 것은 세계적인 대회에서 있을 수 없는 코미디다.
바르코스 심판장은 ”심사위원(JURY) 전원이 의심할 여지 없이 에비누마가 우세라는 판단이었다“면서, ”유도 정신을 지키기 위해 심판에게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은 판정을 보조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바르코스 위원장은 심판 기술이나 기준의 문제에 대해서는 ”인적 미스는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때문에 기술을 적용하고 심사위원이 있다. 전체의 심판 기술에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심판장과 심사위원이 얼마든지 판정을 뒤집을 수 있다면 심판은 허수아비라는 말에 다름아니다. 유도계에서 유도의 종주국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입김이 강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렇듯 손바닥 뒤집듯 승부를 뒤집는 일은 유도에 대한 신뢰 하락과 종목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판들의 영향력이 큰 종목은 항상 논란거리를 남겨왔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당시 남자 체조 평행봉에서 양태영의 점수를 낮게 매겨 미국의 폴 햄에게 금메달을 안겨준 심판들은 3년 자격정지를 받았지만 양태영에게 메달을 돌려주지는 않았다. 철봉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 알렉세이 네모프(러시아)가 5위에 그치자 관중들이 일제히 심판진에게 야유를 퍼부었고, 오히려 네모프가 야유를 자제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결국 자신들의 채점이 문제가 있다고 느낀 심판진들이 네모프의 점수를 정정했지만 이미 심판진의 권위는 바닥에 추락한 뒤였다.
그렇긴 해도 이번 처럼 순식간에 판정이 180도 뒤집어지는 경우는 유례가 없다.
한국선수단의 대응도 아쉬웠다. 박태환의 실격때는 일사분란하게 항의하고 이의신청을 했지만, 조준호의 경우에는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못해 금메달 후보에만 관심을 쏟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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