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5000원짜리 버거등 인기
“손님, 매일 드시던 메뉴 맞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지난 13일 밤 금요일 이태원. 번화가 한 가운데 화려한 LED 조명으로 장식된 검정색 밴 앞에 줄을 서 있는 한 무리 사람들이 유독 눈길을 끈다. ‘치킨 까르보나라 버거’ㆍ‘치즈 핫도그’ 등을 파는 이색 포차 ‘밴 카페(Van Cafe)’의 손님들이다. 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 김제명(34)씨의 손길이 바빠진다. 늦은 시간까지 혼자서 포차를 운영하는 게 힘들 법도 한데, 김씨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1년 전 시작한 ‘밴 카페’가 자리를 잡으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 씨는 원래 커피 로스팅을 배워 원두를 매장에 납품하는 일을 했다. 하지만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한가지 직업만으로는 미래가 불안하다는 생각에 투잡(Two job)을 하기로 결심하고 길거리 포차를 떠올렸다.
그는 “길거리 포차라고 해서 남들처럼 트럭에서 떡볶이, 어묵을 팔면 요즘같은 불황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메뉴를 직접 개발하고 커피 홍보용 밴을 포차로 변신시킨 이유”라고 설명했다.
길거리 포차에서 파는 음식이지만 김 씨는 닭고기 안심을 우유에 재워 구운 패티와 고급 크로와상 빵을 사용하는 등 메뉴의 ‘질’에 유독 신경을 쓴다. 덕분에 하루 평균 100여명의 손님들이 꾸준히 포차를 찾고 있고, 수입도 대기업 사원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자리를 잡았다.
밴 카페를 찾은 손님 박모(23)씨는 “요즘엔 이런 버거 하나에 8000~9000원씩 해서 사먹기 부담스러운데, 밴 카페에서는 4000~5000원이면 먹을 수 있어서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김 씨 처럼, 이색 아이디어와 메뉴로 불황을 이기는 포차는 노량진 일대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수험생이 많은 지역적 특색을 고려해 패스트 푸드점도 울고 갈 빠른 서비스와 푸짐한 양, 저렴한 가격 등 일석삼조의 만족감을 주는 포차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20년 넘게 노량진에서 포차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53ㆍ여)씨는 노량진에서 유행하는 ‘컵밥’(볶음밥을 컵에 담아 파는 것)을 변형시켜 돈부리(돈가스 덮밥), 또띠아(팬 케익에 치즈, 베이컨, 샐러드를 올린 음식)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팔고 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매운 일명 ‘폭탄 버거’, ‘폭탄 밥’도 이 포차의 인기 메뉴다.
이 씨는 “공부에 지친 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용 메뉴로 매운 음식이 잘 나간다”며 “손님의 특성을 파악해 메뉴를 개발하면 불황도 거뜬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색 아이디어를 가미한 포차를 운영해 젊은 나이에 성공한 이들도 있다. 건국대학교 인근 ‘파스타 포차’로 유명한 채모(28)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포차에서 흔히 팔지 않는 양식 메뉴로 승부한 결과 최근엔 포차를 접고 가게를 낼 생각까지 할 만큼 성공했다.
채 씨는 “레스토랑에서나 주로 먹는 음식을 포차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역발상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황유진 기자ㆍ고재영 인턴기자> /hyjgogo@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