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속출하는 한의원
경기도 구리시에는 한의원 50여곳이 영업 중이다. 김성훈(48ㆍ가명) 씨가 1996년 구리시에 한의원을 개원했을 때만 해도 10곳에 불과했다. 10년 만인 2006년 한의원은 50곳을 돌파했다. 그래도 당시 한의사 개인 순수익은 월평균 1000만원을 상회하던 시절이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한의원 수는 50여곳으로 별반 차가 없지만 월수익 1000만원 시대는 깨졌다. 한의원 수는 같지만 지금 사정은 전혀 다르다. 경쟁에 밀려 폐업한 한의원이 2006년 이후 속출했다. 망한 한의원을 다른 한의사가 인수했지만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다시 망해서 나갔다. 이렇게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지난 6년을 보내온 셈이다.
다행히 김 씨는 폐업의 위기는 모면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세무신고 소득이 계속해서 줄고 있다. 한의사 1명과 간호사 2명의 인건비 부담이 커져간다. 아직까지는 다행히 적자는 면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 호황기에 비하면 한 달 수익이 반토막이 났다.
그는 “2000년도 초반까지 1000만원 이상의 순수익을 얻었다. 그러나 2004~2005년부터 매출이 점점 줄어들더니 현재는 인건비와 재료비, 임대료 등을 제하면 내 노동비밖에 남지 않는다”면서 “일반 회사원보다 적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지방 모 대학교 한의학과 출신인 그는 1990년 졸업해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96년 개원했다. 대학원 공부를 마치느라 동기에 비해 개원이 늦어졌다. 당시에는 졸업과 동시에 한의원을 개원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는 “한의학과 졸업생 누구도 한의원 개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던 시절이다. 개원만 하면 성공이 보장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현실은 뒤바뀌었다. 한의대 졸업 후 바로 개원을 하는 무모한 도전자는 거의 없다. 대한한의사협회에 등록된 한의사는 현재 2만여명. 1990년 한의대를 졸업한 김 씨의 면허번호가 7000번대인 것을 감안하면 20여년 만에 1만3000여명이 증가한 것이다.
김 씨는 “현재 젊은 한의사 대부분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요즘 한의학과 재학생에게 희망연봉을 물어보면 월 300만원 정도로 답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후배의 앞길을 더 걱정했다. 한의사의 미래가 현실보다 더욱 암담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84학번인 김 씨가 졸업할 당시 연간 졸업생이 250명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850명을 훌쩍 넘는 등 무려 4배나 증가했다. 위기의식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나이 먹은 사람이야 과거 호황기 때 벌어놓은 게 있으니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후배는 비싼 학비 들여가며 공부했는데 취업도, 개원도 어렵다”고 개탄했다.
<민상식 기자> /mss@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