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하계 전력 수급대책이 발표된 후 산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일부 제조업들은 업계 특성상 일부 공장만 가동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 정부의 권고대로 휴가를 분산해서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조선업계는 생산직 이외의 직군만 휴가를 분산하거나 경쟁업체와 휴가가 겹치지 않도록 권유하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산업적 특성을 무시하고 정부의 권고를 따를 수 없다며 8월초 모두 휴가를 쓰는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조선업계 “휴가 나눠쓰기 어렵지만..”=조선업계는 선박의 각 블록을 함께 제작, 이를 이어붙이는 선박 건조작업의 특성상 여름휴가는 특정 시기에 회사 전체가 쉬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산업계에 전력 수급대책의 일환으로 휴가를 분산해 쓰라고 권고하자 업계의 특성과 정부 방침을 모두 고려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휴가 기간을 다소 조정했다. 보통 여름휴가 기간을 7월 마지막주 월요일부터 8월 첫째주 금요일까지 정했지만, 올해는 7월 마지막주 토요일부터 8월 둘째주 목요일(7.28~8.9)까지 정한 것이다. 모든 직원이 휴가를 분산할 수 없지만, 휴가 기간 중 마지막 날인 8월10일에 공장을 가동해 정부 방침에 부응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연초 노사협의에서 그주 금요일까지 휴가로 쓸 수 있도록 합의된만큼 원하는 사람은 10일에 월차를 쓸 수 있도록 해 10일 공장 가동률이 높지는 않을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생산직은 현실적으로 휴가 분산이 어려워 사무직과 설계직만 7~8월에 걸쳐 휴가를 나눠쓰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초 8월 첫째주에 시행하기로 했던 휴가를 둘째 주에 쓸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권고’했다. 전력 사용을 분산하기 위해 경남 거제에 함께 위치한 삼성중공업의 휴가기간을 피하기 위해서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임단협에서 여름 휴가기간을 함께 논의 중이지만, 회사의 권고가 받아들여지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는 분위기다. 연초 여름 휴가 기간이 노사 합의를 통해 8월 첫째주로 정해져 대부분의 직원들이 이 기간에 맞춰 휴가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휴가계획은 예년대로=조선업계와 달리 현대ㆍ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업계는 예년과 다름없이 8월 첫째주에 공장 가동을 멈추고 여름 휴가에 돌입한다.

정부가 하계 전력수급대책의 일환으로 여름 휴가 기간을 분산하라고 권고했지만, 자동차업계는 산업 특성상 여름 휴가 일정을 분산하는 게 어렵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동차가 공장 내에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특정 인원만 휴가를 가거나 인원을 나눠 휴가를 가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사무직은 이미 연중 휴가제를 도입, 휴가를 적절하게 나눠 사용하고 있지만, 생산직은 공장 특성 상 분산해 휴가를 쓰는 게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차산업이 완성차업체 뿐아니라 1~3차 협력업체까지 복잡하게 묶여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칫 휴가나 생산 일정을 분산하면 특정 부품에서 생산차질이 발생하는 등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신소연ㆍ김상수 기자/carrier@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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